현중 협력업체 여성 크레인기사 강혜진·양진이·김은희씨
현중 협력업체 여성 크레인기사 강혜진·양진이·김은희씨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9.08.16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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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최대 조선소 하늘이 바로 우리 일터죠”
“세계 최대 조선소의 하늘이 바로 우리가 일하는 곳이랍니다”

세계 최대의 조선소인 울산 현대중공업의 하늘에서 근무하는 여장부 근로자 3인이 있어 화제다.

현대중공업 사내 협력업체인 성광물류㈜ 소속의 크레인 기사인 강혜진(47), 양진이(35), 김은희(29)씨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 여성 근로자는 지상이 아닌 상공에서만 종일 근무한다. 현대중공업에는 육중한 모습의 각종 크레인이 수백여대 있지만 여성 크레인 기사는 이들밖에 없다. 남자만의 전유물로 여겨져 왔던 대형 크레인을 자가용을 몰 듯 운전하면서 조선 산업현장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현대중공업에는 여성 크레인 기사가 한 명도 없었다. 크레인 운전과 육상 운반을 전문으로 맡은 성광물류가 지난 2003년 사내 협력업체로 설립된 초기에도 그랬다.

하지만 2008년 11월 여성 크레인 기사로 양씨가 가장 먼저 성광물류에 입사했다. 뒤이어 강씨가 지난 2월, 김씨는 지난 6월에 들어왔다.

주부임에도 20대 초반의 앳된 모습의 양씨는 여성이 거대한 중장비를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모습을 TV로 보고는 ‘첫눈에 반해’ 도전하겠다고 의지를 불태우면서 2007년부터 학원에 다니기 시작했고 2년만 지게차, 굴착기, 천장크레인 자격증 3개를 단번에 따냈다.

가장 나이가 많아 큰언니뻘인 강씨는 2000년부터 현대중공업 사내 협력업체의 도장, 조립부 등에서 이미 근무해왔지만 상공에서 지상을 호령하는 듯한 크레인 기사가 멋있어 보여 도전장을 냈다. 그도 2007년 12월 4번의 도전 끝에 먼저 천장크레인 운전 기능사 자격증, 뒤이어 2008년 9월 타워크레인 운전 기능사 자격증을 잇따라 땄다.

김씨도 알고 지내던 타워크레인 기사의 적극적인 권유로 타워크레인 자격증을 획득했다.

크레인마다 차이가 나지만 이들 여성 크레인 기사가 일하는 곳은 10여m 높이부터 최대 50여m까지 이른다.

맏언니 강씨는 “상공의 타워크레인에서 일하는 기사가 얼마나 멋있어 보였던지 나도 꼭 크레인을 운전하고 싶었다”며 “여자라서 마땅하게 할 일도 없어 전문직종이라고 생각한 크레인 운전에 도전해 성공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크레인 자격증 따서 기사가 되니깐 가족이 너무 좋아한다”며 “고등학생인 아들 2명이 가끔 ‘강기사님 열심히 일하십니까’라고 장난스레 전화하기도 하고 온 동네 다니면서 엄마가 크레인 기사라고 자랑도 한다”면서 웃었다.

이들 여성 크레인 기사는 실제 작업현장에서도 남자 기사 못지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대중공업에서 정년퇴직한 성광물류의 최광열 사장은 “크레인 운전 업무라는 것이 아주 세세하고 꼼꼼해야 하는데 특유의 섬세함을 지닌 여성이기에 더 할 것 같아 뽑았다”며 “3개월 정도 교육시켜 현장에 내보냈는데 지금은 남성 기사를 다 따라가고 차분하게 정말로 맡은 바 업무를 잘해내고 있다”고 칭찬했다.

이 회사 최재규 과장은 “여성 기사이다 보니 지상의 신호수와 소통도 부드러워 작업현장이 아주 조화롭게 잘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 여성 크레인 기사는 16일 “크레인을 조종하는데 여자가 더 힘들다는 등 남녀의 차이는 없다”며 “여자가 대단하다고 여장부라는 말도 듣는 데 모두 끊임없이 노력한 결과이고 앞으로도 지금처럼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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