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의 조형유물을 보며 ②
신라의 조형유물을 보며 ②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8.02.10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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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형물의 존립성
술자리의 많은 화제 중에 “조소가 무엇인가?” 라고 아직도 종종 질문 받는다. 우리가 통념상으로 말하는 조각의 전문용어는 조소(彫塑 : Sculpture)이다. 조소의 조각(彫刻 : Carving)과 소조(塑造 : Plastic)는 재질에 의한 분류용어이다. 이에 따라 형태도 다르게 조형된다.

조각은 단단한 석재 등의 재료매체를 외부에서 떨어내어 내부로 파고드는 단일공정이다. 세밀한 부분의 묘사가 생략될 수밖에 없어서 양감 즉, 덩어리-괴(塊 : Mass)-가 조형의 중요한 요소이다.

반대로 소조의 동상(銅像)은 점토를 내부에서부터 덧붙여가며 원형(原型)외부형상을 이룬다. 이의 매체인 석고 틀(거푸집)을 제작하여 석고 주입으로 조성된 점토와 동형(同型)의 석고원형이 제작된다. 이에 다시 제작한 2겹 주조 틀에 합금 주입으로 동상이 탄생되는 복합공정인 것이다.

우리나라의 화강암은 산지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매우 강해서 세밀한 묘사용으로는 적절하지 않다. 돌은 모서리부분이 각(角)질 수밖에 없다. 세심하게 취급하더라도 강하기 때문에 부서지기 마련이다. 조선시대 궁궐이나 옛 절의 석재시설물에서 모서리를 모접기 한 석재시설물이 그 본보기다. 파손을 방지할 수 있고 석재의 육중함과 부드러운 느낌을 표출한다. 그러기에 가공연장도 이에 적합하게 고안, 제작하였고 종류도 아직 몇 가지뿐이다.

그러나 무른 유럽석재는 미세부분도 조각이 가능해서 그들의 정서에 의한 사실형태가 되었다. 혹자는 우리의 세밀하지 않은 조각을 우리의 조각기교가 부족한 탓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다.

루브르 미술관에 안치되어 있는 그리스 조각의 최고 걸작인 니케의 여신의 환조상과 석굴암 관음보살 고부조상, 이 두 석상(石像)은 시선을 받자마자 그 무거운 조각상이 금세 하늘로 떠오를 듯 말듯, 천의(天衣)로 가린 육체가 보일 듯 말 듯한 극치를 보여준다. 그러나 표현방식은 다르다. 관음상은 암시적이고, 니케의 여신상은 사실적 표현이다.

즉 지리적조건의 기후풍토에서 생성된 사물에 좌우되는 삶의 형태는 그 민족의 생활양식을 형성했다. 그래서 우리의 조각양식은 우리 민족의 정서와 미감에 용해되어서 우리민족 조각미의 특질로 배양되었다.

금년 무자(戊子) 쥐띠의 12지신(地神)은 풍수지리와 접목되면서 12방향의 수호동물이다. 호랑이는 영적이고 암수 동형이어서 지양되어 버렸다. 대신 동북아시아에서는 볼 수 없는 사자를 고금에 걸쳐 조상되었다. 삼국시대부터 대부분 석재로 조각되었고 그 멋은 우리민족 특질미의 표상체이기도 하다.

유럽 궁전 입구에 세워진 석(石)사자상은 인간 눈에 익히 보여 지는 실형(實形)사자이고, 경주에서 흔히 보는 석사자상은 가상 동물인 해태로 오인될 정도의 변형된 사자이다.

이성적 합리적 판단성에 근저 하는 서양의 실형 사자상과 동양의 불합리한 본체접근의 변형 사자상과는 그 형태가 다를 수밖에 없다

한술 더 떠서 우리 전통문화의 집합지라는 경주의 교명주석사자는 기능석공이 제작한 기성제품이어서가 아니고, 아예 평가할 정도도 못되는 논외물이기 때문에 조소보다 씁쓸한 웃음을 웃는다. 경주에는 그야말로 우리민족 조각의 표상체이라 할 수 있는 괘릉의 석사자상이 버젓이 좌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주의 원성왕릉(일명 괘릉)에 안치된 석사자는 용맹과 위엄을 지닌채 그 역동적 기세의 분출을 절제하고 의젓이 좌정하고 있다. 살아 움직이는 듯한 괘릉의 변형사자와 겉모양은 흡사한데도 죽은 듯한 실형사자가 싸웠다. 결과는 말하면 잔소리라는 필자의 말을 공감하고도 남을 것이다.

사실 현체(現體)는 현존 모방성에서, 추상 본체(本體)는 현존물의 조형구조의 특성을 간추려 재구성한 창의성의 결과물이다. 현대에 이르기 까지 형태묘사의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는 그 궁극 점은 무엇일까.

현상(現象)의 모양을 표출하고자 함이다. 포식사자는 용맹과 위엄을 지니고 살아 움직이는 상태가 사자의 특성이다. 즉 사물의 생동감 표출이 궁극목표이다. 이를 묘사 하고자 그 모색방법이 양식화 된 것이다. 양식은 시간공간조건에 따라 변용된다. 변용은 동서남북, 과거 현재 미래가 융합되어 공통의 문명 문화체로 변모하는 회전 속성에 있다.

일반적으로 석재(石材)의 강도가 높다고 생각한다. 그 두께가 얇은 석판이나 가는 돌기둥은 오히려 같은 두께의 목재보다도 약하다. 뿐만 아니라 석판재 전면이 밀착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석판재로 시공한 인도에서 깨어진 돌을 보게 된다.

그러나 석사자상은 다르다. 두부 동체 다리의 각부가 서로 응결된 단일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파손우려 때문에 사자의 4발을 굵게 하니까 실체보다 짧게 보이며 전체가 뭉퉁해질 수밖에 없다. 동물과 인체의 얇고 가늘고 작은 부분은 생략하거나 덩어리에 융합되어서 세부의 설명, 잔소리가 없어진다. 그리하여 “한 마디로 말해서” 라는 공통분모 메시지를 발하는 현대미의 조각상을 흔히들 본다.

즉 현시대의 제작품이라고 모두 현대미를 지니는 것이 아니다. 과거에는 지식 정보의 전달매체가 미진했다. 그래서 필요했던 설명을 생략하여 의식에서 본체에 이르는 두 점 사이의 최단거리를 최고속으로 직관했다. 그 결과로 고대이집트 피라미드와 현대 뉴욕빌딩의 기하직선 현대미가 권위 높이를 표상할 목적으로 시, 공간을 넘나들며 존립한다.

이러한 생각에서 울산시민이 쉽게 찾는 이웃 도시 경주에 산재한 신라의 입체조형유물들의 조형측면을 살펴 보고자한다. 그것을 산업도시에 접목함으로서 보다 편중되지 않는 질적 향상의 도시구현에 도움이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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