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툰 소통 강렬한 공감
서툰 소통 강렬한 공감
  • 이상문 기자
  • 승인 2009.08.06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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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창’ 이진형 개인전… 22일까지
▲ 서양화가 이진형씨가 울산에서 첫 번째로 연‘제13회 이진형 개인전’이 6일부터 오는 22일까지 신정2동 갤러리 창에서 열린다. / 김미선 기자
조형언어를 음성언어로 치환해서 상상한다면 이 작가는 틀림없이 말더듬이다. 단순하고 절제된 화폭에 색조차도 무채색이다. 일체의 설명이 없다. 조사와 서술어가 생략되고 단어마저도 상징적 알파벳만 나열한 듯하다. 그만큼 관객에게 불친절하다. 그래서 그의 그림을 보는 사람들은 불편하다.

서양화가 이진형(49). 강원도 영월의 세경대학 미술치료과 교수다.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홍익대 출신 서양화가들이 모여서 만든 ORIGIN 회화협회의 회원이다. 그가 그 모임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던 무렵 그 모임이 가장 활발했다고 하니 화단에서는 그의 독특한 작품 성향이 많이 거론됐을 듯하다.

하지만 울산에서 그의 작품을 만나는 것은 마치 조선후기 서양 선교사를 만나는 듯 낯설고 신기하다. 우선 재료부터가 그렇다. 와인 포장지, 종이 박스, 치아구조를 드러낸 X-RAY 필름. 사람들이 쓰고 버린 재료들이다. 이 재료들은 작가가 만든 새로운 재료와 혼용된다. 이미 소통된 재료와 새로운 소통의 접점에서 작가는 잽싸게 뒤로 숨는다.

작가는 재활용품의 활용에 대해 “사람의 땟국이 묻어 있어 절대로 인위적으로 만들 수 없는 재료”라고 설명한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소통은 공감이다. 누군가가 경험했던 것에 대한 애착과 공유가 결국 소통의 길로 안내한다.

그가 소통에 대해 집착하기 시작한 것은 매우 특이한 경험에서 출발한다. 언젠가 눈이 먼 학생에게 그림을 지도한 적이 있었다.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시도였다. 시각예술인 미술을 시각장애인에게 지도하다니. 그러나 그는 학생에게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눈은 멀었어도 감각은 천재적이었다. 소통에 장애요인이란 없었다. 시도하지 않고는 소통할 수 없다는 진리를 알게 된 것이다.

그의 그림은 마치 점자를 더듬어 나가는 것 같다. 이해하기 더디고 난해하다. 불친절한 화가에게 투덜거리고 싶어진다. 하지만 조금만 시간을 투자한다면 문득 깊은 울림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 6일부터 시작된 이 전시회는 신정2동 갤러리 ‘창’에서 22일까지 계속된다. / 이상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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