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들은 어떤 사랑을 할까
소설가들은 어떤 사랑을 할까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9.08.05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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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14명 러브스토리 담은 에세이집 ‘설렘’출간
소설가 열네 명이 ‘사랑’을 주제로 쓴 내밀한 에세이집인 ‘설렘’(랜덤하우스 펴냄)이 출간됐다.

시인들의 사랑 에세이인 2007년작 ‘떨림’의 후속편 격이다.

김훈, 박범신, 양귀자, 이순원, 서하진 등 중견 작가와 김이은, 김나정을 비롯한 젊은 작가가 저마다의 스타일로 사랑의 기억을 들려준다.

이명랑과 김나정 씨는 젊은 작가답게 남편과의 러브 스토리를 발랄하게 전한다.

순정만화 속 남자 주인공들에 빠져 낭만적인 사랑을 꿈꾸던 이씨는 만화 주인공들과는 조금도 닮지 않은 무뚝뚝한 남편을 통해 “사랑에는 먹을거리를 챙기고 야채를 다듬어 냉장고 속을 채워주는 그런 종류의 사랑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김씨는 처음에는 “정말 밥맛”이라고 여긴 남자 선배와 결국 한집에 살게 된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운명적인 사랑이란 소설 속에서나 나온다”고 말하지만 그의 풋풋한 사랑 이야기는 소설 속 어떤 운명적인 러브 스토리보다 사랑스럽다.

소설가 이순원, 양귀자 씨가 다른 사람의 기억을 빌려 들려주는 사랑 이야기는 모두 요즘 세태답지 않게 애틋하다.

양씨의 이야기 속 여자는 철없을 때 헤어진 남자를 다시 한번 마주치기 위해 그가 자주 간다는 숲에서 대책 없이 기다린다.

이씨의 이야기에는 젊은 시절 사랑했지만 전쟁으로 헤어졌다가 몇십 년 만에 재회한 두 노인이 등장한다.

마냥 재회의 기쁨을 나누기에는 각자 너무 멀리 와 버린 둘은 한두 달에 한번씩 여관에서 만나 소곤소곤 대화를 나누는 방식으로 오랜 헤어짐의 아쉬움을 달랜다.

소설가 고은주 씨가 들려주는 사랑은 조금 특별하다.

그가 말하는 사랑에는 남편에 대한 사랑과 남편이 전 결혼에서 얻은 두 아이에 대한 사랑, 그리고 곧 태어날 아이에 대한 사랑을 모두 담았다.

“사랑이란 이런 것, 이라고 감히 생각해본다.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 그리고 그 감정을 숨기지 않는 것. (중략) 나를 사랑하듯 그를 사랑했고, 그를 사랑하듯 그의 아이들을 사랑했다. 그렇게 나는, 그리고 우리는, 비로소 서로를 이해하며 함께 어른이 되었다.”(55-56쪽)

248쪽. 9천800원.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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