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그들만의 축제(?)
외국인, 그들만의 축제(?)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9.08.03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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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주식시장이 연일 뜨겁다. 그리고 연일 주식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사람은 우리 기관투자가들이 아니고 일반투자자들도 아닌 외국인들이다. 그러다 보니 시장의 모든 눈이 외국인들에게 쏠려 있다. 지난 7월 중 외국인 투자자들은 코스피 시장에서 5조 8,517억원을 순매수하며 월간 기준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하고 있다.

지수가 연중 최고치를 갱신하면서 주식형 펀드 환매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고, 이러다 보니 투신권이 매도에 나서고 있고 여타 기관들도 적극적으로 시장에서 주식을 매수하기는커녕 차츰 발을 빼는 기색이 역력하다.

그리고 일반투자자들도 차익 실현을 즐기고 있는 듯하다. 재차 우리 주식시장의 주도권이 외국인들에게 넘어가고 있다. 바꾸어 이야기하면 외국인들이 우리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외국인들의 최근 동향을 보면 헤지펀드와 지역펀드뿐만 아니라 장기투자의 성향이 강한 글로벌 펀드에서도 주식을 매수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외국인의 순매수 추세는 쉽게 꺾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이처럼 장기투자를 선호하는 글로벌 펀드가 주식을 사는 이유는 비교적 명확해 보인다. 경기와 기업이익의 개선을 판단함에 있어서 ‘모멘텀’보다 ‘추세’를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09년보다 2010년이, 2010년보다 2011년이 경기와 기업이익이 좋을 것으로 예상된다면, 하반기에 문제될 수 있는 ‘모멘텀 둔화’정도는 심각한 리스크 요인이 되지 않는다는 시각이 그것이다.

게다가 OECD 전체 회원국과 비교한 한국의 경기회복세가 상대적으로 빠르게 나타나고 있고, 상대 EPS(주당순이익)가 추세적 상승세로 돌아섰다는 점도 외국인들이 한국시장에서 기록적으로 순매수하는 이유가 될 수 있다.

이처럼 외국인의 매수와는 대조적으로 지수가 상승하면서 투신권의 환매 물량은 더 커지고 있다. 6월 중 705억 원이었던 국내 주식형 펀드의 환매물량(현금 기준)은 7월 들어 6.963억 원으로 급증하고 있다. 직접투자를 하는 개인투자자들의 경우도 4조원 이상 주식을 팔고 있다. 그러다 보니, 외국인들의 한국시장에서의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다. 현재의 코스피 시가총액 기준으로 외국인의 보유비중은 약 30.3%로 작년 중반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요즘과 같은 글로벌 경제시대에 한 나라의 주식시장에서 비중이 누가 커지고 작아지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그 나라의 경제에 대해서 외부에서의 평가가 호전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부분은 분명 긍정적인 사실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우리가 현시점에서 생각해 보아야 할 대목이 있다. 우리 시장에서 외국인들의 시가총액 비중이 높아진다는 측면은 긍정적인 부분도 많지만 반대로 우리 주식시장이 지나치게 외풍을 많이 받을 수 있다는 측면은 우려되는 부분이다. 불과 수년전 우리는 이와 같은 경험이 있다.

그리고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우리의 제조업에서 수출을 통해 벌어들이는 달러가 주식시장을 통해 지나치게 유출이 많이 된다는 점이다. 배당이나 시세차익 등을 통해서 유출되는 우리의 국부가 어마어마하다. 단편적인 부분만 가지고 평가할 수는 없지만 외국인들 주도의 우리 주식시장의 상승세가 괜히 씁쓰레하게 느껴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 김기석 대우증권 울산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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