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최명희 대작 ‘혼불’ 4년만에 돌아오다
故 최명희 대작 ‘혼불’ 4년만에 돌아오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9.07.28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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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 최용범씨 전5부·10권으로 재발행
“재출간이 늦어져 지금껏 ‘혼불’을 애타게 기다렸던 독자들에게 죄송할 따름입니다”

한국 현대소설사에서 박경리의 ‘토지’를 잇는 대작이라는 평가를 받는 고(故) 최명희(1947-1998)의 대하소설 ‘혼불‘이 절판 4년 만에 재출간됐다.

작가의 동생 최용범(60·사진)씨가 발행인으로 있는 매안출판사는 최근 ‘혼불’을 전 5부ㆍ10권으로 다시 엮었다.

최씨는 “‘언어는 정신의 지문’이라고 했던 생전 누님의 말처럼, 다시 태어난 혼불을 통해 젊은 독자들이 진정으로 모국어와 전통이 무엇인지 돌아봤으면 한다”고 재출간 의미를 설명했다.

‘혼불’은 1930년대 말을 배경으로 무너져가는 가문을 지키려는 종부(宗婦) 3대를 중심으로 남루한 생활을 이어가던 백성들의 애환을 다룬 작품으로, 1996년 한길사에서 완간 후 총 150만부가 팔렸다. 그러던 중 여러가지 사정으로 2005년 절판돼 책 구입을 희망하는 많은 독자들의 애를 태우기도 했으나 고인의 동생에 의해 4년 만에 다시 빛을 보게 됐다.

최씨는 “누님은 세월이 가고 시대가 바뀌어도 풍화, 마모되지 않는 모국어 몇 모금을 그 자리에 고이게 할 수만 있다면 좋다는 심정으로 소설을 썼다”면서 “뒤늦게나마 고인의 영혼이 담긴 ‘혼불’을 재출간해 못다한 숙제를 끝낸 기분”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혼불’은 최명희씨가 1980년 4월부터 1996년 12월까지 17년 동안 혼신을 바친 대하소설로 20세기말 한국문학의 새 지평을 연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우리 선조의 세시풍속, 관혼상제, 음식, 노래 등 민속학적, 인류학적 기록들을 철저한 고증을 통해 아름다운 모국어로 생생하게 복원해 냈다.

이런 기념비적인 작품이기에 최씨는 소설 재발간에 더욱 매진했다.

개인사업을 하던 최씨는 2005년 사업을 접고 누님의 유지를 받들어 혼불 재출간 사업을 진행했고 직접 출판사 대표가 돼 ‘혼불’을 재출간했다.

최씨는 “‘혼불’은 차지고 구성지고 결이 고와 외국어로는 옮길 수 없는 소설, 소리내어 읽으면 판소리가 되는 소설이다”면서 “이런 작품을 되살려 냈다는데 자긍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혼불’이 소설에만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방식으로 재해석되기를 바라고 있다.

최씨는 “앞으로 혼불의 서정성 짙은 문체를 살려 창극과 무용극으로 재해석할 생각”이라며 “또 지금까지 출간된 적 없는 누님의 단편소설집과 강연록도 조만간 묶어낼 예정이다”고 말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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