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詩] 노심초사 / 정사월
[디카+詩] 노심초사 / 정사월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03.23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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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어미의 걱정 한 덩이

시린 하늘에 걸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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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사월 시인의 디카시 <노심초사 勞心焦思>를 감상합니다. 몹시 걱정하며 애를 태우는 상황이 노심초사라고 합니다. 저도 허공에 붕 떠 있는 호박을 보니 언제 어디로 떨어질지 몰라 노심초사인데 이를 지켜보는 어머니의 마음은 어떨까요? 대신 저러고 있어 주고 싶은 심정 아닐까요? 자식을 물가에 내놓은 부모 마음이 저런 게 아닌가 싶습니다. 철없이 자랐던 내 모습 같기도 해서 늘 노심초사하던 우리 어머니 생각이 납니다. 야무지지 못한 성격 때문에 무엇이든 잘 잃어버리고 또 그것을 찾느라 허둥대던 내 모습에 어머니는 늘 노심초사하였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잘 할 수 있다고 어머니께 말씀드려도 한번 노심초사는 영원한 것이었고 내 성격도 잘 바뀌질 않아 지금도 나는 어머니께 늘 불안한 자식입니다.

내가 학교 준비물을 가지고 가지 않아 집에 전화해 어머니께 가지고 오라고 하면 말없이 가져다주기를 여러 번 했습니다.

짜증보다는 어머니는 나에게 단디 해레이 어떤 일에도 늘 단디 하라고 말씀하셨는데 어쩌면 나보다 어머니에게 스스로 하는 다짐 같은 말이었는지도 모릅니다. 불안한 자식을 바라보며 대신 지켜주고 싶다는 스스로에게 하는 다짐 그런 거였습니다. 절대 사랑하지 않으면 느낄 수 없는 그 단디라는 말속에 어머니의 노심초사가 느껴져 저도 야무진 성격으로 변하려고 했지만 잘되지 않았습니다. 어머니의 노심초사는 영원하기 때문인 거 같습니다.

사랑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노심초사를 저는 지금 우리 아이들에게 하고 있습니다. 단디 하면 좋을 텐데 늘 불안해서 단디 하라고 말합니다.

걱정이 걱정해서 걱정이 사라지면 걱정이 없겠네

티베트 속담이 생각납니다.

글=박해경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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