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회 ‘울산 화학의 날’ 릴레이 특별기고 (2)] ‘탈(脫)플라스틱 사회’로의 전환
[제17회 ‘울산 화학의 날’ 릴레이 특별기고 (2)] ‘탈(脫)플라스틱 사회’로의 전환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03.20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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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현재 편리하고 빠른 소비를 즐기면서 플라스틱 과소비 사회에 살고 있다. 사람이 지나간 자리에는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들이 쌓여 있다. 사람은 죽어 이름을 남긴다는 말은 이미 옛말, 이젠 죽은 후에 엄청난 양의 플라스틱만이 남게 될 판이다. OECD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생활에 급속히 파고든 플라스틱의 생산량은 2000년 2억3천만t에서 2019년 4억6천만t으로, 폐플라스틱 발생량 역시 1억5천만t에서 3억5천만t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이뿐 아니라 플라스틱 생산과 소비 과정 전반에서 약 18억 톤의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이미 수년 전부터 플라스틱 재활용 캠페인이 이뤄지고 있음에도, 전 세계 폐플라스틱의 재활용은 9%수준에 불과하다. 재활용되지 않은 폐플라스틱은 매립 혹은 소각되거나 무단투기되어 육상 및 해양오염을 일으킨다. 플라스틱은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지 않는 구조로 자연분해 기간이 500년 이상 소요된다. 또한, 각종 생물의 몸속으로 들어가 최종적으로 인간의 신체에 미세플라스틱 형태로 재축적되어 생태계뿐만 아니라 인간 생존에 심각한 위험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플라스틱 문제의 해결방안으로 최근 ‘탈(脫)플라스틱 사회’가 자주 언급된다. 과연 플라스틱이 주는 편리함과 이점을 포기하는 것이 가능할까? 플라스틱은 이미 우리 생활에서 떼어낼 수 없을 만큼 깊숙이 스며들었기에 플라스틱이 사라진 사회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따라서 탈플라스틱 사회는 플라스틱이 사라진 사회가 아니라, 현재의 플라스틱 생산 및 소비시스템을 넘어선 새로운 패러다임의 플라스틱 생산 및 소비시스템을 구축하여 제한하고 관리하는 사회를 의미한다.

탈플라스틱 사회로의 전환을 위한 플라스틱 사용 억제 방안으로 일회용 플라스틱이나 포장재 사용을 우선 감축해야 한다. 일회용 사회에서 다회용 사회로의 전환을 위한 일회용 제품 또는 재활용이 불가능한 포장재 플라스틱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거나 대체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일회용품 감량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 이와 함께 포장재가 없는 제품의 생산, 유통, 소비가 가능해야 한다. 즉 껍데기 없는 알맹이 사회가 될 수 있도록 대대적인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

탈플라스틱 사회 전환의 핵심은, 소각되거나 매립되는 폐플라스틱을 화학물질의 원료로 재활용하는 ‘플라스틱 순환경제’를 만드는 것이다. 개념적으로는 플라스틱의 사용량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나, 현실적으로 유의미한 대책은 사용 후 폐플라스틱을 다시 자원으로 순환하는 것이다. 사용을 줄이는 속도와 양보다 당장 쓰레기로 배출되는 폐플라스틱의 양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문제는 우리가 사용하는 플라스틱이 단일 재질이 아니라 복합재질로 구성되어 고도의 선별 및 재활용 기술이 필요하다. 생산 단계부터 재활용 용이성, 자원의 순환성을 고려하여 제품을 만들고, 수거 후 다시 원료로 공정에 도입되기 위한 선별 및 재활용 공정의 고도화 및 재생원료에 대한 품질 인증 체계가 이뤄져야 한다.

현재의 화석연료 기반에서 바이오 기반 친환경 플라스틱이나 생분해성 플라스틱 개발 등을 통한 대체재 개발과 활용이 필요하다. 아직 플라스틱 대체 기술이 환경문제를 해결할 구세주가 될 만큼 성숙되진 않았다. 하지만 일반 플라스틱과 생분해성 플라스틱 그리고 바이오 기반 플라스틱의 장단점을 고려하여 장점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에 사용된다면 일정 부분 효과를 볼 수 있다. 농업용 비닐하우스와 어업용 어구 등 환경 유출이 불가피해 오염 및 생태계 우려가 큰 분야부터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적용하는 것이다.

탈플라스틱 사회로의 전환이 단순 구호로만 되는 것은 아니다. 강력한 실천 의지와 치밀한 전략, 구체적인 인프라 구축이 병행되어야 한다. 플라스틱 문제 해결은 녹록지 않겠지만, 회피할 일도 아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폐플라스틱으로 뒤덮인 산과 바다를 물려줄 수는 없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책임감 있는 행동이 절실히 요구된다. 내일 ‘제17회 울산 화학의 날’을 맞이하여, 울산이 탈플라스틱 사회로의 전환에 앞장서는 친환경 도시로 거듭나기를 희망한다.

최우진 SK지오센트릭 아로마틱 공장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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