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장 선거, 제도개선의 시작점 돼야
조합장 선거, 제도개선의 시작점 돼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03.09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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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어제 끝났다. 예년과 마찬가지로 이번 선거기간에도 ‘기울어진 운동장’에서의 경쟁 때문에 신인들에게는 힘든 선거라는 얘기가 심심찮게 들렸다.

결과를 보니 역시 우려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현역 조합장의 당선 비율이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8일 실시된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서 1천346명이 최종 당선됐다. 이 중 후보자가 단독으로 출마해 무투표 당선된 조합은 290곳이다. 충북 제천 봉양농협 조합장은 10선에 성공한 곳도 있었다.

현역 조합장의 당선비율이 전체적으로 집계를 해보지 않아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결과가 나온 곳을 보면 현역이 강세를 보였다.

광주와 전남의 현역 조합장 당선 비율이 각각 66.7%와 57.7%였다. 광주는 농·축협 12개, 수협 1개, 산림조합 1개 등 18개 조합 가운데 12곳에서, 전남 농·축협 142개, 수협 21개, 산림조합 19개 등 182개 조합 가운데 105곳에서 현 조합장이 연임에 성공했다.

울산지역에서는 농협, 수협, 산림조합의 조합장 19명 중 12명(농협 11, 산림조합 1)은 현직이 연임하게 됐다. 이 중 청량·온양·언양·농소·중앙농협과 울산수협 등 6개 조합 당선인은 3선 연임에 성공했다.

현역이 100% 수성한 지역도 있었다. 충북 옥천에서 농협 4곳과 산림조합 1곳 등 모두 5곳에서 현역 조합장이 출마했고 모두 당선됐다.

이번 선거도 조합장 대열에 합류하기 위한 신진 인사들에게는 현역 조합장이라는 장벽을 뛰어 넘기에는 힘에 부쳤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대목이다.

선거운동 기간이 짧고 선거운동이 지나치게 제한되는 이른바 ‘깜깜이 선거’로 인해 신인 후보들이 불리했던 때문이다. 선거법이 개정돼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 후보들은 13일이라는 짧은 공식 선거운동 기간 동안 선거운동원이나 선거사무소 없이 후보 혼자 선거운동을 해야 한다.

선거운동 방식도 △선거벽보 첨부 및 선거공보 발송 △어깨띠나 표찰, 기타 소품 이용 △해당조합이 운영하는 인터넷 홈페이지에 글이나 동영상 등 게시 △전자우편 전송 △전화통화 혹은 문자메시지 전송 △선거인에 명함을 직접 주거나 지지 호소 정도로 제한돼 있다. 토론회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방식은 현직 조합장은 평상시 자신을 조합원에게 알릴 기회가 많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구도다. 신진 후보들이 선거법에 대한 불만을 쏟아낼 수밖에 없다.

어쨌든 선거는 끝났다. 다음 선거에서는 보다 개선된 선거법을 통해 기울어진 운동장이 아닌, 반듯한 운동장에서 똑같은 조건의 경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난 2019년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 선거 이후 중앙선관위는 위탁선거법을 개정해 선거운동의 자유를 확대하고 유권자의 알권리를 보장하자는 취지의 조합장선거제도 개선 필요에 대한 의견을 낸 바 있다.

중앙선관위가 내놓은 내용은 주로 후보자의 균등한 선거운동 기회 보장 등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수년이 흘러 또 한번의 선거가 끝났지만 건의 내용은 물론 국회에 계류 중인 선거법도 그대로다.

조합장들이 지역 내에서 갖는 영향력을 감안하면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국회의원 입장에서는 위탁선거법 개정이 부담스러울 수는 있다. 그렇다고 국회의원들이 눈을 감고 있으면 안 된다.

박선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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