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에 천불 / 김진곤
속에 천불 / 김진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03.09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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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벚꽃 한 철

보여주기 위해

어금니 악물고 섰다.

중국의 전족(纏足)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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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곤 작가의 <속에 천불>이라는 작품을 보면서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은 구속이라는 단어가 생각납니다.

우리는 누군가를 내 마음에 들게 만들기 위해 자신의 기준에 맞게 제작을 합니다.

그 기준을 벗어나면 다시 더 큰 틀에 넣어서 달아나지 못하도록 층층이 못을 박습니다.

사랑이라는 미명 아래에 구속을 하고 당사자는 구속을 당하는 것입니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가스라이팅’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또한 누군가를 통제하고 억압하려 할 때 나타납니다.

하지만 당하는 당사자는 그 행동의 의미를 모른 채 조종당하고 맙니다.

작품의 사진을 보시면 벚꽃 가로수가 서 있고 경계석으로 벗어날 수 없도록 인위적인 구속을 가하고 있습니다.

김진곤 작가는 ‘오직 한철 보여주기 위해 이를 악물고 섰다. 중국의 전족처럼’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전족이라는 말에 대해서 조금 알아보았습니다.

중국에서 헝겊을 발에 동여매고 엄지발가락 이외의 발가락을 발바닥 방향으로 접어 묶어서 조그만 신에 고정해 발뒤꿈치에서 발끝까지 약 10cm가 이상적이라고 하여 여인의 발을 자라지 못하게 하는 풍습이라고 합니다.

김진곤 작가는 벚꽃 가로수가 경계석에 눌려 구속당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중국 전통의 풍습을 생각했을 겁니다.

누군가가 만든 미의 기준을 원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강요하듯 잘못된 전족의 풍습과 같이 가로수도 우리의 잣대로 구속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어쩌면 가로수는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하기 위해 강요된 모습으로 꽃을 피우고 있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산에서 자유롭게 뿌리를 내리고 누군가의 구속이 아닌 자기 모습으로 꽃을 피울 수 있다면 더 아름답지 않을까요? 글=박동환 시인

글=박동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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