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불십년 (權不十年)
권불십년 (權不十年)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8.02.04 21: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의 현대사는 거의 10년을 주기로 사회적 격변이 있었고 이어 정치, 권력구조의 부침이 뒤 따랐다.

1948년 정부 수립 후 1950년 한국 전쟁이 발발했다. 이로부터 꼭 10년 뒤, 1960년 4.19혁명에 의해 이승만 정권이 몰락했다.

61년 5.16 군사 쿠데타로 권력을 장악한 박정희 정권은 10월 유신을 단행하는 72년 10월 까지 거의 10여년을 통치했다. 유신을 거쳐 79년 10.26사건으로 박정희 대통령이 시해되고 81년 5공화국 전두환 정부가 들어 설 때 까지 걸린 기간도 10년 꼴이 된다.

5공 세력이 87년 6월 항쟁으로 같은 해 12월16일 대통령 국민 직선제를 허용함으로써 88년 노태우 정부가 출범할 수 있었다. 이로부터 5년이 지난 92년, 김영삼 문민정부가 시작될 때까지 신 군부 세력이 장악했던 기간도 10년 남짓 하다고 보면 된다.

군부 권력에서 민간 정부로의 이양 기간 성격이었던 김영삼 정권 5년이 지나면 98년부터 호남, 충청권을 기반으로 하는 김대중, 김종필 연합정부가 닻을 올린다. 98년 평등에 기초를 둔 좌파 성향의 김대중 국민의 정부가 출범해서 2003년 참여정부를 표방하고 나선 노무현 정권이 끝날 때 까지 걸린 시간도 10년이다.

결국 10여 년 전인 98년부터 시작된 좌파 성향의 정권들은 2007년 12월 대선을 통해 제1막을 내렸다. 미래에 대한 청사진 보다 과거를 들추는 집권세력에 염증을 느낀 국민들이 실리를 택했다. 그리고 우파세력 등장이란 제2막이 펼쳐졌다.

지금까지 전개된 역사적 가설이 그대로 반복된다면 이명박 정권으로 대변되는 우파세력은 향후 10년간 집권할 수 있다는 등식이 성립된다.

그러나 이것은 이름 그대로 가설일 뿐이다. 우파 경제우선 주도 세력이 2013년에 이어 2018년 이 후에도 계속 집권 할 수 있느냐는 문제에 대한 풀이는 지난 10년간의 실패에서 찾으면 된다.

혹자들이 ‘잃어버린 10년’이라고 칭하는 시간 동안 국민의 정부, 참여 정부는 두 가지 큰 실수를 저질렀다.

한국인 같이 질투심 많고 자존심 강한 민족에게 ‘잘난 척하고 독불장군 행세’를 하면 섶을 지고 불구덩이로 뛰어 드는 격이다.

공손하게 사과하고 머리를 조아리면 ‘사람을 죽인 죄인도 용서’ 하는 것이 한국인의 기질이다. 지난 정부들은 그것을 무시했다. 우리 민족만큼 먹고 사는 문제를 중시하는 민족도 드물다.

자유, 평등, 평화를 희생하면서 까지 민생을 중요시 하는 우리들 자신의 모습에 소스라치게 놀랠 때가 있다. 그 만큼 일상생활을 중요시 한다는 얘기다.

박정희 대통령이 장기 집권을 했지만 아직 존경 1위의 대상이 되는 것도 이에서 비롯됐고

전두환 정권이 정통성을 갖추지 못한 독재 권력이었지만 일부가 아직 향수하는 것도 이와 관련돼있다.

반면에 민주화 업적으로 상징되고 있는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이 전자만큼 개인에게 각인 되지 못 하는 경우가 있다면 그것은 아마 ‘먹고 사는’ 문제 해결에 뒤졌기 때문 일 것이다.

이번에 집권하는 세력들이 이런 한국인의 성향을 제대로 읽지 못 할 경우 2013년 뿐만 아니라 2017년 제3막을 다른 쪽에 넘겨줘야 하는 불운을 맞을 수 도 있다.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