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 김봉대
해마다 / 김봉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03.02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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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남기고 가신

할미꽃.

해마다 그 꽃이 피면

어머니가 오신 것만 같아

가만히 손 내밀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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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대 시인의 디카시<해마다>를 감상합니다. 깔끔한 손길의 보살핌을 받았는지 장독이 아주 반질반질 곱습니다. 그 장독 앞에 할미꽃도 그저 이름이 할미라 그렇지 고운 연둣빛 갓 피어난 새색시처럼 여린 할미꽃이라는 걸 금방 알 수 있습니다.

김봉대 시인은 해마다 할미꽃이 피면 어머니가 오신 거 같아 가만히 손 내밀어 본다고 합니다.

이미지가 떠오르는 디카시라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오랜만에 어머니가 오셔서 다가가 손잡아 주는 시인의 마음이 어떨지 그 마음 함께 젖어보니, 나도 모르게 우리 어머니를 떠 올립니다.

얼마 전 TV를 보는데 개그맨이 하는 대사가 생각났습니다. “다 건드려도 되는데, 우리 엄마는 건드리는건 나 더 이상 못 참아.”웃고 떠들며 박수치던 방청객들이 한순간 모두 조용해졌습니다.

우리에게 엄마는 무엇을 해도 당연한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엄마가 그래도 되는 것처럼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다가 어느 날 돌아보았을 때 엄마의 자리가 빈자리가 되었을 때 얼마나 외롭고 힘들고 쓸쓸하게 다가올지 알면서도 우리는 그때 가서야 후회합니다.

내가 맨 처음 태어나 엄마하고 불렀을 때 우리 엄마 세상을 다 가진 느낌이었을 겁니다. 나도 엄마가 되어보니 세상 다 가졌다고 생각했는데 그 세상 돌보기가 참 어렵고 힘듭니다. 우리 엄마도 그랬을 텐데 정말 몰랐기에 마음이 늘 후회스럽고 아픕니다. 잘해주지 못한 우리 엄마 누구도 건드리질 못할 나에게는 가장 후회스럽고 가장 아픈 마음의 상처입니다.

‘다 건드려도 우리 엄마는 건드리지 마’개그맨의 외침은 살면서 마지막 자존심일 수도 있습니다.

김봉대 시인의 장독과 할미꽃이 저렇게 아름답게 보이는 건 김봉대 시인에게는 우리가 건드리면 안 되는 엄마를 지켜야 하는 마지막 자존심일 수도 있기에 디카시<해마다>가 더 아름답게 다가옵니다. 글=박해경 시인

글=박해경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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