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저출산 문제...미래세대 불안 해소해야
울산 저출산 문제...미래세대 불안 해소해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02.23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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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울산의 합계출산률이 0.85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합계출산률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말한다. 울산의 여성이 평생 아이 한 명도 낳지 않는다는 의미다.

인구를 유지하는 데에 필요한 합계출산율은 2.1명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출생·사망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울산 인구가 사상 최초로 자연 감소할 만큼 상황이 심각하다.

지난해 출생아 수는 5천400명으로 1년 새 11.9%(727명)나 줄었다.

출생아 수에 영향을 미치는 혼인 건수는 지난해 4천77건으로 전년보다 660건(13.9%) 감소했다. 혼인 건수는 지난해 처음으로 5천건 아래로 떨어졌다

정부와 울산시가 저출산 예산 대응으로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현재로선 저출산 기조를 바꾸는 데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올 수 밖에 없다.

저출산 이유는 명약관화하다. 청년들이 일찍부터 가정을 꾸릴 만큼의 양질의 일자리를 구하기가 쉽지 않고,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어려운 현실에 가로막혀서다.

여성가족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성인 이행기 청년들 13~24세를 대상으로 ‘결혼은 꼭 해야 한다’라는 응답자가 2017년엔 51.0%였지만, 2020년엔 39.1%로 11.9%p 감소했다.

결혼에 대한 인식이 변하고 있는 것이다. 청년들의 결혼과 출산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일시적일 것으로 보는 이들도 있지만, 이같은 현상이 청소년에게까지 나타나는 거대한 변화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과거엔 결혼을 안 하는 이들이 늘며 출산율 하락을 부추겼지만, 2015년 이후부턴 결혼을 하더라도 아이를 갖지 않는 이들이 늘며 초저출산 상황이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이러한 저출산 문제가 난제인 건 분명하다. 그렇다고 해서 그 많은 예산을 쏟아붓고도 아무런 결과를 내지 못하는 정부와 울산시의 책임을 가볍게 볼 수는 없다.

‘아이 낳으면 돈 준다’는 단순한 출산율 제고 방안을 중구난방식으로 편 결과가 사상 첫 인구 자연감소라는 성적표로 되돌아온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정책에 무엇이 부족했는지 반성하고 재검토하는 게 시급하다.

아이는 낳으라고 강요해서 풀어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결혼하라고, 출산하라고 인식변화를 교육하는 방식으론 오히려 역효과다.

청년 고용 안정화와 더불어 양육하기 좋은 환경 조성으로 경제적인 부담을 덜어주어야 한다. 청년 스스로 자녀를 갖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무엇보다 당사자인 청년들에게 물으며 정책을 만들어 가야 한다.

육아와 일이 버겁지 않도록 직장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도 중요하다. 육아휴직에 따른 불이익은 여전하고, 남성들의 참여 또한 낮은 게 현주소다.

정부와 울산시는 아이 갖기를 원하는 청년부부들의 바람이 좌절되지 않도록 장애물을 제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역할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결혼 기피 현상 타파를 위한 일자리 확대와 교육제도 개선, 일하는 여성에 대한 배려, 육아 혜택 증대 등 근본적인 정책 전환이 필요한 때다.

저출산 문제는 미래세대의 불안을 하나씩 해소해나가야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저출산이 국가 소멸의 위기라면 지금보다 과감하고 파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정재환 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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