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봐야 / 박해경
까봐야 / 박해경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02.23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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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시, 동시, 수필

장르를 구분해서 쓴다고 하지만

까봐야 비슷한 이야기

군침을 흘려봐도

읽는 맛은 시큼털털 아는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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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만 봐도 입맛이 다셔지는 박해경 시인의 디카시 "까봐야"를 감상합니다. 밀감과 한라봉 천해향으로 보이는데, 다 같은 감귤 속이지만 맛도 가격도 다르지요. 저 셋 중에 저는 어릴 때부터 먹었던 첫 번째 밀감을 제일 좋아합니다.

이미지를 맛있는 감귤을 찍어서 보여 주며 작가는 “감귤” 이야기는 하지 않고 자신이 쓰는 장르인 디카시, 동시, 수필 “글”이야기만 합니다. 그러면서 “까봐야 비슷한 이야기 / 군침을 흘려봐도 / 읽는 맛은 시큼털털 아는 맛”이라고 합니다.

제가 읽어본 박해경 시인 작품은 대량생산을 하지는 않지만 작품마다 독특한 맛을 느끼게 만들어 주는 매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작품이 발표되길 기다리다 찾아 읽게 만들기도 합니다. 그런데 “시큼털털 아는 맛”이라고 하지 않아도 좋을 자책을 하는군요.

제가 생각하는 이 디카시의 매력은 이미지와 문장이 비슷하거나 동일한 문장 구조를 짝을 맞추어 표현의 효과를 나타내는 수사법인 대구법을 활용했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비슷한 문장의 반복이 아니라 쓰지 않아도 읽히는 이미지의 치환으로 밀감과 한라봉 천해향을 디카시, 동시, 수필로 읽히게 만든 것이지요.

점점 디카시의 지평이 넓어지고 디카시를 쓰는 분들이 많아지면서 디카시 답지않은 디카시를 자주 접하게 됩니다. 이럴때 일수록 디카시를 정확하게 아시는 분들은 이미지의 설명에 그치는 디카시가 아니라 좀 더 깊은 생각과 울림을 나눌 수 있는 디카시 창작과 발표로 까보지 않고도 디카시의 진수를 알 수 있는 박해경 시인의 디카시 "까봐야"처럼 좋은 디카시 창작에 힘써야 할 것 같습니다.

글=이시향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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