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덕과 공덕, 그리고 덕담
복덕과 공덕, 그리고 덕담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01.31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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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덕(福德), 공덕(功德)과 덕담(德談)…. 이런 표현은 어떻게 이해할까? 먼저 복(福)이 무엇인지, 용례로 살펴본다.

‘소문만복래(笑門萬福來)’는 웃음이 가득한 집안에 만복이 깃든다는 의미다. 동몽선습(童蒙先習)은 부부유별(夫婦有別) 조에서 ‘부부는 두 성이 합한 관계이자 백성들이 태어난 시초이며, 모든 복의 근원이다(夫婦 二姓之合 生民之始 萬福之原)’라고 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라는 말도 있다. 이상 세 가지 용례는 추상적이어서 이해가 쉽지 않다.

《성경》 〈시편〉 1장에는 “복 있는 사람은 악인의 꾀를 좇지 아니하며 죄인의 길에 서지 아니하며 오만한 자의 자리에 앉지 아니하고….”라는 말로 복인(福人)과 악인(惡人)을 구분한다. 제사가 끝나고 술이나 음식을 나누어 먹는 일을 민속에서는 음복(飮福)이라고 한다. 이산 선사는 발원문에서 “복과 지혜를 크게 지어(廣作福慧) 무량중생 제도하며”라고 하여 복과 지혜는 ‘짓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상 3건의 용례를 음미하면 조금은 이해가 될 것이다.

복은 누구나 좋아한다. 그 때문에 박쥐 그림을 붙이는 민속이 있다. 박쥐의 한자어 ‘편복(??)’에 ‘복’ 자가 들어 있는 탓이다. 복을 물건처럼 주고받을 수 있느냐고 의문을 던지는 사람도 더러 있다. <시경>에 ‘자구다복(自求多福)’이란 말이 있다. 덕을 쌓으면 복이 된다는 ‘적덕위복(積德爲福)’이란 말도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복(福)은 아주 좋은 운수도 아니고 줄 수도 없다. 그러나 받을 수는 있다. 손아랫사람에게 ‘복 받아라’라고 하는 것은 일종의 반어법(反語法)이다. 반어법은 문장의 뜻을 강조하려고 반어를 쓰는 수사법이지만, 상대방을 깨우치려고 반대 결론에 이르는 질문으로 진리로 이끄는 일종의 변증법이기도 하다.

복과 덕은 짝을 이룬다. 후손들이 조상 덕분에 보는 덕을 음덕(蔭德)이라고 한다. 공덕, 복덕이란 낱말에서도 덕(德) 자가 짝을 이룬다. 또한 ‘거울은 혼자 웃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듯 복과 덕은 거울과 같아서 실천이 있어야 결과가 있는 법이다. 따라서 실천으로 이루는 것이 복이요, 그 결과로 쌓이는 것이 덕이다.

요컨대, 복은 남이 주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공들인 결과이기 때문에 자기가 저지른 일의 인과응보로 받는 자업자득(自業自得)인 셈이다. 《명심보감》의 ‘만사종관(萬事從寬=매사에 관용과 덕을 베풂)’은 실천이고 ‘기복자후(其福自厚=복이 스스로 두터워짐)’는 열매 즉 복(福)인 셈이다. 공덕 또한 복덕처럼 공과 덕이 부부처럼 배필로 짝을 이룬다.

‘공(功)든 탑이 무너지랴’라는 속담은 “공을 들여 정성스레 쌓은 탑과 노력이 어찌 쉽사리 무너지겠느냐”는 반문(反問)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덕분(德分), 덕택(德澤), 덕담(德談)과 같은 말은 복과 공으로 얻은 결과인 덕을 말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말하자면 복(福)과 공(功)은 선행의 실천이며 덕(德)은 그 선행의 결과인 열매다. 따라서 새해를 맞아 인생의 경험자가 들려주는 덕담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권할만한 일이다. 불교의식 발원문 속의 ‘복덕구족(福德具足)’은 선행에 대한 과보(果報)를 일컫는 표현이다.

복(福)은 ‘받는 것’이 아니라 ‘쌓는 것’이다. 복은 아주 좋은 운수를 말하는 것도 아니며, 노력의 또 다른 표현이다. 그러므로 덕담은 아무나 그리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다. 공과 복을 실천한 사람이 후학(後學)을 위해 들려주는 이야기이다. 그러기에 덕담(德談)은 귀를 기울여 들을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

김성수 울산학춤보존회 고문, 조류생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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