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詩]생존 / 이숙희
[디카+詩]생존 / 이숙희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01.26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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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았다는

기쁨이 나를 울렁이게 한다

깨진 것에 슬퍼하지 말고

성한 것에 감사하자

그래야 삶이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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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숙희 작가의 <생존> 디카시를 감상합니다.

작가는 장을 보고 계란을 가져오다 어떤 충격에 의하여 계란이 터지는 일이 발생한 것 같습니다.

대부분 사람은 어떠한 문제가 발생할 때 가령 자동차 사고로 차가 훼손되었을 경우 수리비 등의 문제로 마음이 상하고 아파합니다.

그러나 그보다 중요한 일은 사람이 다치지 않은 것에 대해 감사함이 우선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는 사고를 당하면 늘 벌어진 일에 대한 불평과 안타까움에 사로잡혀 스스로 현재를 불행 속으로 밀어 넣습니다.

하지만 작가는 터진 계란을 보지 않고 ‘성한 것에 감사하자 / 그래야 삶이 편하다’라고 말합니다.

깨진 계란을 보고 아무리 마음 아파해도 다시 성한 계란이 될 수 없으니까요.

이숙희 작가의 말처럼 성한 것에 감사하게 살아야 마음이 편해지고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지나갈 수 있습니다.

타증불고(墮甑不顧)라는 중국 사자성어가 있습니다. ‘깨진 시루는 돌아보지 않는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독을 진 젊은이의 뒤를 따라가다 독이 떨어지자 안타까워하는 독장수의 모습을 상상했는데, 독장수는 별다른 내색 없이 가던 길을 가고 있었다.

이에 뒤따르던 자가 ‘왜 독이 떨어졌는데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시오.’라고 묻자, 독장수는 ‘이미 떨어져 독이 깨졌는데, 뒤돌아봐도 독이 다시 붙지 않는데 돌아볼 일이 없지 않습니까?’라고 대답했다.

이숙희 작가의 <생존>이라는 디카시와 ‘타증불고(墮甑不顧)’는 일맥상통하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렇듯 우리는 이미 벌어진 일에 대한 후회와 실망으로 하루하루를 사는 것이 아니라 엎질러진 물은 잊어버리고 남아있는 희망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2023년도 시작과 더불어 또 한 장의 달력이 지나고 있습니다. 연초에 세운 계획에 대해 후회만 하지 말고 새롭게 지금부터 다시 시작합시다.

글=박동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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