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용 컵 보증금제도의 미래
1회용 컵 보증금제도의 미래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01.24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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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폐지된 ‘1회용 컵 보증금제도’가 2022년 12월 2일부터 다시 도입되었다. 그러나 전국 동시 시행이 아닌 선도지역으로 지정한 세종과 제주로 국한했다. 1회용 컵 보증금제도는 커피전문점 등에서 음료를 주문할 때 1회용 컵에 일정 금액의 자원순환보증금 300원을 부과하고, 소비자가 사용한 컵을 반납하면 보증금을 그대로 돌려주는 제도다. 다만, 음료를 구매한 매장이나 동일 브랜드 매장에서만 반납할 수 있어 구매매장과 다른 브랜드 매장에 반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물론 반환수집소, 컵반환처, 무인회수기 등을 두어 브랜드와 상관없이 상시 반납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당초 소비자 편의성을 위해 강조하던 ‘교차반납’ 시스템이 아니라는 근본 문제가 남아 있어 제도 도입의 성과가 얼마나 가시화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보증금제도가 시행된 지 두 달이 안 된 상황이지만 소비자들의 불만이 심상치 않다. 환경을 지키는 일이니 조금은 번거롭지만 자원순환보증금 애플리케이션(앱)을 내려받고, 보증금을 반환받을 수 있는 은행 계좌까지 등록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문제는 커피를 다 마시고 반납하는 장소를 찾는 일이다. 앱이 가르쳐준 매장을 찾았지만, 같은 브랜드에서 구매한 컵만 반환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심지어 같은 브랜드 매장도 1회용 컵 미사용 매장이라 반납이 안 되는 일도 있다. 빈 컵을 들고 헛걸음만 할 뿐이다. 결국 주변의 반환수집소나 무인회수기를 찾아 컵을 반환하고 보증금 돌려받는 방법이 최선이다. 그마저도 라벨이 손상되면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없다.

또 보증금 반환기의 오작동 때문에 불편을 호소하는 소비자와 카페 점주도 있다. 특히 일부 점주는 손님들이 내용물이 든 컵을 반환기에 넣는 통에 카페가 엉망이 됐다며 보증금제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실제 세종과 제주 대상 매장의 3분의 1가량이 1회용 컵 보증금제도를 보이콧하고 있다고 한다.

이번 보증금제의 핵심인 1회용 컵 회수율이 저조하다는 것도 문제다. 시행 이후 한 달 동안 매장에서 소비자들이 찾아간 보증금은 약 2천939만원 정도로 9만 7천991개가 회수되었다고 한다. 환경부 보도에 따르면 1회용 컵 회수율은 20~30% 수준이다. 2002년 처음 1회용 컵 보증금제도를 시행했을 당시 회수율이 30% 수준이니 개선된 것이 전혀 없다는 이야기다.

새로운 제도나 시스템이 처음부터 순조롭게 정착하긴 어렵다. 그래서 시행착오를 통해 수정·보완하고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번 1회용 컵 보증금제도는 단기간에 너무 많은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어 준비되지 않은 졸속 정책이라는 말도 나온다. 그만큼 개선해야 할 사항이 많다는 이야기다.

1회용 컵 보증금제도의 정착을 위해서는 우선 동일 브랜드가 아닌 모든 카페에서 교차반납할 수 있도록 해서 시민의 편의성을 높여야 한다. 회수율을 높이는 것이 1회용 컵 보증금제도의 최우선 목표이기 때문이다. 그러자면 카페의 규모에 상관없이 모든 카페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매장 수가 2개 이하인 브랜드가 전국 카페의 40%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이들을 배제한 컵 보증금제도의 성공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따라서 일손이 부족한 소규모 카페까지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1회용 컵을 회수할 수 있는 반환수집소, 컵반환처, 무인회수기 등도 확대해야 한다.

다시 시행된 1회용 컵 보증금제도는 선도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국 확대 시행에 대비한 울산시의 노력과 시민, 기업의 협력이 요구된다. 환경생물학자 엘리사벳 사투리스(Elisabet Sahtouris)는 협력이 지속가능성을 위한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한다. 또 ‘비폭력 대화’의 작가 수라 하트(Sura Hart)는 협력은 서로의 행복을 위해 다른 사람과 힘을 같이 사용하는 데 참여하는 방법이라고 이야기한다. 기후위기 시대, 탄소중립이라는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1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것은 피할 수 없는 과제다. 이것이 그 어느 때보다 우리 사회의 협력이 필요한 이유다. 부디 시민, 행정, 기업 모두의 상호협력을 통해 선도지역의 시행착오가 발전된 형태의 보증금제도를 위한 밑거름이 되길 희망한다.

김희종 울산연구원 시민행복연구실, 환경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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