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詩]형제애 / 김병모
[디카+詩]형제애 / 김병모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01.05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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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생각날 때 우리 형 얼굴 보았지

이제 형 그리울 때쯤 어디에서 찾을까?

시냇물에 날 비추어 봐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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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애라는 디카시를 읽으며 ‘피는 물보다 진하다.’라는 말을 떠올린다.

우리가 나이를 먹어가면서 거울을 볼 때면 자꾸 아버지의 얼굴이 거울 속에 있는 것 같은 상상을 하게된다. 김병모 작가의 디카시를 보면서 이러한 상상은 나 혼자만 느끼는 감정이 아니란 걸 새삼 깨닫는다.

작가는 ‘아버지 생각날 때 우리 형 얼굴 보았지 / 이제 형 그리울 때쯤 어디에서 찾을까? / 시냇물에 날 비추어 봐야겠네’라고 쓰고 있다.

형제는 부모님의 피를 물려받아 비슷한 DNA를 가진 지구상에 몇 안 되는 동일 유전적 요소를 가지고 태어난다. 시의 내용상 김병모 작가는 아마도 아버님을 여의고 형님마저 세상을 등진 것으로 보인다.

작가는 나뭇가지에 나뭇잎이 다 떨어지고 달랑 두 개 남은 잎에서 보고 싶은 형님 생각을 하였으리라 본다. 아버지 생각날 때 형님 얼굴 보며 외로움을 달랬는데 이제 형님마저 안 계시니 시냇물에 자기 얼굴을 비추어 보겠다는 혼자만의 넋두리하고 있다.

더스틴 호프만과 톰 크루즈가 열연한 영화 ‘레인맨’은 부모님의 상속 재산을 찾기 위해 동생이 기억도 나지 않는 자폐아 형님과 동행하는 중 느끼게 되는 형제애를 그린 영화다.

영화 속에서 동생은 자폐아 형에게서 돈보다 소중한 건 가족에게 느끼는 사랑임을 배운다.

탈무드에서도 의좋은 형제애를 다룬 내용이 나온다. 형님과 아우가 서로의 곡식을 밤마다 옮기며 나에 대한 욕심만 채우는 게 아니라 형제에 대한 사랑으로 곡식을 나누는 아름다운 이야기이다.

김준태 시인은 시 ‘형제’에서 초등학생 형제가 서로의 몸을 구석구석 씻어주는 것을 보며 눈물까지 흘렸다고 표현한다.

‘그게 보기에도 영 좋아 오래도록 바라보던 나는 / “형제여! 늙어 죽는 날까지 서로 그렇게 살아라!” / 중얼거려주다가 갑자기 눈물방울을 떨구고 말았다.’

우리는 소중한 가족에게 너무 가깝다는 이유로 모진 말을 하고 돌아설 때가 많습니다.

23년 새해에는 피를 나눈 가족들에게 서로 상처 주는 말보다 사랑한다는 말을 많이 하는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글=박동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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