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미스매치’부터 해결하자!
'일자리 미스매치’부터 해결하자!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01.01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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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사다난했던 임인(壬寅)년이 지고, 계묘(癸卯)년이 밝았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와 윤(尹) 정부의 다각적 지원책에 힘입어 다소 숨통이 트이고 있으나, 한국경제가 회복되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릴 듯해 걱정이다. 그러나 우린 이겨낼 수 있다.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각종 시설이나 기반이 취약한 울산경제의 경쟁력 회복이 국가적으로도 큰 숙제다. 울산이 힘들면 대한민국도 버겁다. 그럴수록 우리 모두 맞손 잡고, 위기를 기회로 삼아 혁신과 성장을 이끌어내자. 창의적인 일자리 창출과 사회공헌 활동으로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자.

“주방 일을 맡길 사람이 없어서 식당 운영이 너무 힘들어요.” “1년만 일하고 이직하거나 그만두는 사례가 비일비재해요.”

우리나라가 사상 최악의 청년 고용난을 겪고 있으나, 전문 영역인 소프트웨어(SW) 개발자부터 음식점까지 대한민국 곳곳에서는 직원을 구하지 못하는 인력난이 벌어지고 있다. ‘구직(求職)과 구인(求人)’의 미스매치다. 특히, 코로나19로 비대면이 일상화하면서 IT 수요는 급증하는 한편, 국가 간 인력 이동이 제한돼 저임금 노동력 공급이 뚝 끊기면서 고용 불일치가 점차 심화하는 모양새다. 워라밸과 삶의 질 향상이 빚어낸 자연스러운 현상 때문일까.

새로운 산업구조에 맞는 전문인력과 3D업종 인력의 부족 현상은 점점 심해지는데, 정작 청년들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구직포기자가 급증하고 있다. 도대체 무슨 일일까. 우리나라 주력산업인 조선업은 사람을 구하지 못해 아우성이다. 조선업 근로자는 지난 5년 동안 1만 명 넘게 줄었다. 10여년 이어진 장기 불황에 조선업 종사자들이 다른 업종으로 이직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 사정은 더 열악하다. 코로나 이전과 비교할 때 최근 입사 지원율이 약 30% 이상 줄었다. 전통산업이 쇠락하는 가운데 IT를 활용한 플랫폼 산업이 성장했으며, 또한 고용시장 환경도 좋지 않기 때문이다.

“경력이고 신입이고 개발자는 항상 부족해요. 보너스에 스톡옵션을 내세워도 만만치 않아요.” 아무리 외쳐도, IT 중소기업 CEO의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우리나라의 ‘전공과 직업’ 미스매치는 약 50%로 OECD 국가 중 1위다. 통계청 조사에 의하면, 일자리와 전공과의 불일치율은 52.3%로 취업자의 절반 이상은 전공과 무관한 일자리에 취업하고 있다는 웃픈 해프닝이다. 대졸 청년의 취업이 지연되는 이유 중 하나로도 전공과 일자리 미스매치를 빼놓을 수 없다. 전공과 직업 미스매치가 심한 이유는 대학정원 규제가 꼽힌다. 미국 스탠퍼드대의 컴퓨터공학과 정원은 지난 2008년 141명에서 최근 745명까지 5배 넘게 증원됐지만, 우리나라 수도권 모 대학의 경우 55명에서 70명으로 늘어나는 데 그쳤다. 윤(尹) 정부 들어 조금 완화되고 있긴 하지만, 대학정원 규제를 대폭 완화해 산업이 필요로 하는 인력을 적시에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

최근 급부상한 바이오 업계의 R&D 전문인력 부족도 심각하다. 코로나 확산 후 대형 제약·바이오 기업에 더해 신생 바이오 벤처들이 늘어나면서 석·박사급 연구인력이 절대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대학 교육과 현장 인력’ 미스매치가 누적된 결과다. 이제라도 바이오 분야 기초연구에 보다 공격적인 투자와 지원은 물론, 글로벌 제약 시장에서 경험을 쌓은 인재가 국내로 돌아올 수 있는 체계적인 인력 계획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청년 대졸자의 비경제활동인구 비율은 약 20%로 OECD 국가 중 세 번째로 높다. 비경제활동인구란 만 15세 이상 인구 중 취업자도 실업자도 아닌 사람으로, 일할 능력은 있어도 일할 의사가 없거나 아예 일할 능력이 없는 사람을 뜻한다. 그들의 상태를 살펴보면, 10명 중 3명은 취업준비생이며 2명은 그냥 쉬고 있다. 기업의 구인난은 확대되는데 취업준비생은 늘어나는 미스매치다. 이제라도 노동 관련 법·제도를 개선하고 고용 서비스와 직업훈련 체계를 정비해 노동시장 미스매치를 해소하는 데 정책의 주안점을 둬야 한다. 일자리 미스매치 해결을 위하여 교육 개혁과 노동 개혁은 필연이다.

이동구 본보 독자위원장·RUPI사업단장, 4차산업혁명 U포럼 위원장, 한국화학연구원 전문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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