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 건강과 환경을 지키는 작은 실천
채식, 건강과 환경을 지키는 작은 실천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2.12.04 18: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논바닥이 쩍쩍 갈라지는 가뭄에도 텃밭에 심어놓은 무가 어른 종아리만큼 튼실하게 잘 자랐다. 연두색을 띤 무 밑부분은 얼마나 예쁜지 가을 햇살 아래 보고 있으면 절로 마음이 치유되는 듯하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물감으로도 표현할 수 없는 자연이 빚어낸 색깔이다.

그 작은 씨앗이 흙과 바람, 햇볕과 비의 도움으로 싹을 틔우고 큰 무로 자라면 무청도 먹을 수 있으니, 투자 대비 수확량이 꽤 높은 농작물인 셈이다. 무와 시래기의 효능을 보면 ‘가을무는 인삼보다 좋다’는 말이 왜 나왔는지도 알만하다. 최고의 식재료라는 말이 아닐까.

요즘 들어 내가 자주 먹는 음식은 무나물을 듬뿍 넣은 채식 비빔밥이다. 여러 가지 채소를 넣고 고추장과 참기름, 깨소금을 적당히 넣어 쓱쓱 비벼서 먹으면 일류 호텔의 만찬이 부럽지 않다.

나는 보통 사람들보다 채소를 굉장히 좋아하고 많이 먹는 편이다. 그건 나만의 텃밭에서 직접 채소를 재배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채소를 먹으면 소화가 잘 되고 많이 먹어도 위에 부담도 없기 때문이다. 별도로 영양제를 챙겨 먹지 않아도 잔병치레를 잘 안 해온 것 또한 채소 덕분이라고 여겨진다.

요리를 주로 담당하는 주부는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가족들에게 자주 해주기 마련인가 보다. 우리 집 식단은 육류로 만든 반찬은 가끔만 올리고 주로 채식 위주로 짜인다. 아이들도 어려서부터 채소로 만든 반찬을 자주 먹어서 그런지 성인이 된 지금도 음식을 가리지 않고 잘 먹는 편이다.

현대인의 식습관을 들여다보면, 육식은 좋아하는데 채소는 멀리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다 보니 축산업이 늘어나면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아져 지구환경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최근 늘어나는 성인병과 비만, 암 발생 원인의 하나가 지나친 육류섭취라고 한다.

울산교육청은 매주 ‘고기 없는 월요일’과 월 1회 ‘채식의 날’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학생들은 고기반찬이 없는 채식 위주의 식단을 꺼리는 경우가 있다. 그건 어려서부터 육식 위주의 식습관이 길러졌고, 왜 채식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인식이 아직은 부족한 것이 이유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11월 19일엔 울산교육청 주최로 2022년 생태환경급식축제가 열렸다. “배우고! 맛보고! 즐기고!”라는 주제로 마련된 이번 행사는, 학생들이 채소를 거부감 없이 잘 먹을 수 있도록 동기를 심어주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도록 꾸며졌다. 특히 고기가 들어가지 않는 재료로 요리하는 ‘지구 사랑 요리 교실’에서는 샌드위치와 컵케이크를 만들었는데, 학생들의 반응이 제법 좋았다고 한다.

지금까지 익숙해진 식습관을 바꾸는 건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어떤 계기로 스스로 느끼게 된다면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채식을 통해 자신의 건강도 지키고 기후위기에 처한 지구도 구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실천할 수 있도록 돕는 몇 가지 방법을 제안해본다.

채식도 잘 함으로써 자신의 건강과 지구환경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를 동화로 써서 유치원생과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들려주거나, 동극으로 만들어 공연을 관람하게 하는 것이다. 물론 채소 섭취를 비롯한 균형 잡힌 식습관을 가질 수 있도록 가정에서 각별히 신경을 쓰는 것도 중요한 일일 것이다.

텃밭에서 수확한 무청이 그늘에서 바람을 맞으며 시나브로 제 몸을 말리고 있다. 시래기 밥을 해서 가족들과 함께 먹을 생각을 하니 벌써 입안에 군침이 돈다.

천애란 사단법인 색동회 울산지부 이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