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삶의 중심은 누구인가?
당신 삶의 중심은 누구인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2.11.30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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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어둠을 가르며 새벽 운동길에 나선다. 그럴 적마다 나도 모르게 흥얼거릴 때가 많다. “해뜨기 전에 새벽을 열지니” 정호승 시인의 ‘우리가 어느 별에서’ 시(詩)에 나오는 구절이다. 안치환이 노래했기에 더욱 절절히 가슴에 와닿는다. “우리가 어느 별에서 만났기에 이토록 그리워하는가. 우리가 어느 별에서 그리워했기에 이토록 아름답게 사랑할 수 있나. (중략) 해뜨기 전에 새벽을 열지니. 우리가 어느 별에서 헤어졌기에 이토록 밤마다 별빛으로 빛나는가. 우리가 어느 별에서 잠들었기에 이토록 흔들어 새벽을 깨우는가.” 들을수록 뭔가 사랑과 희망이 같이 묻어나는 느낌이 든다.

3년 전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하면서 모든 것이 멈춰섰다. 물론 인간이 자초한 자승자박(自繩自縛)이다. 자연을 훼손하고 생명을 경시하면서 바이러스가 창궐했기 때문이다. 대면 활동이 줄어들고 배달음식이 판치면서 새로운 풍속도가 속속 생겨났다. 그중에서 가장 악영향을 미친 것은 인간관계의 단절이다. 그저 그렇게 만나왔던 관계는 깨끗하게 정리됐다. 하지만 자주 만나면서 형성되는 신뢰나 친밀감을 쌓을 기회가 사라졌다. 한마디로 관계가 삭막해졌다. 이래선 안 된다. 어떻게든 신뢰를 회복하고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요즘은 외부활동을 할 때 굳이 마스크를 안 해도 된다. 특히 호젓한 곳에서 산책할 때는 더욱 그렇다. 숲길 저 멀리 연세가 지긋한 한 여성이 나타난다. 거리가 점점 좁혀오자 주머니에서 마스크를 꺼내 입을 가린다. 그리곤 저 멀리 돌아간다. 그 상황은 이해되나 기분이 묘해진다. “내가 코로나라도 걸렸을까 봐 지레 겁을 내시나?” 아니면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아니야. 본인이 이상할 수도 있으니까 조심하려고 그랬겠지.” 그렇다. 어떤 시각으로 보느냐에 따라 다르다.

기원후 2세기 무렵의 천문학자인 프톨레마이오스는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태양계 모델을 제시한다. 이른바 천동설이다. 그리고 약 1천400년 뒤에 또 다른 천문학자 코페르니쿠스가 프톨레마이오스의 모델을 뒤집는다. 그는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며 반대로 지구가 태양의 주위를 돌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른바 지동설이다. 이렇듯 한 가지 사실을 놓고도, ‘가치 기준이 무엇이냐?’에 따라 상반되게 주장하고 있다. 우리는 이렇게 질문할 수 있다. “당신 삶의 중심은 누구인가? 당신인가 아니면?”

프톨레마이오스의 체계를 따르는 이들은 “내가 우주의 중심이다.”라고 말한다. 자기중심적인 삶을 살고자 하는 것이다. 자신은 선하고 자신의 판단은 올바르며, 스스로 자신의 삶을 결정한다. 반면 코페르니쿠스의 모델을 따르는 이들은 이와 정반대로 생각한다. “내가 믿는 신(神)이 우주의 중심이고 나의 중심”이라고 고백한다. 그분을 삶의 식탁에서 가장 높은 자리에 모시고 살아가고자 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분의 자리는 끝자리다.

젊은 시절에는 돈이나 관계, 성취 욕구에 매달리다가 중장년이 되어서 의미를 탐색하는 이들이 많다. 의미를 찾지 못하면 아무리 물질적, 사회적으로 이룬 게 많더라도 무기력해질 수밖에 없다. 퇴직 후 자존감 하락으로 힘들어하거나 어떻게 시간을 보내야 할지 모른다는 은퇴자가 의외로 많다. 갈등 끝에 황혼 이혼을 결정한 부부나 자식을 다 키운 뒤 공허함을 느끼는 부모 등 노년의 마음을 한껏 흔들어댄다. 왜 그럴까? 인생의 목적이 단지 ‘행복’이 아니라서다.

삶의 의미에 대한 정답은 없다. 모두 저마다 다르기에. 의미를 찾는 건 오롯이 자신의 몫이다. 내 삶의 주인이 ‘나’라는 점, 무의식을 깊게 들여다봐야 비로소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게 우선이다. 그리고 고난에 굴하지 않고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회복 탄력성을 길러야 한다. 술과 담배, 쾌락, SNS 등 중독성 높은 가짜 위안 대신에 내면과 깊이 대화하자. 꿈, 종교, 문학은 우리의 무의식을 탐구하는 데 매우 유용한 길잡이다. 삶이 재미없다면, 왜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면, 자연에 가만히 귀 기울여 보는 건 어떨까. 우린 삶의 의미를 찾아 방황하는 나그네다.

이동구 본보 독자위원장·RUPI사업단장, 4차산업혁명 U포럼 위원장, 한국화학연구원 전문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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