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감 / 차영미
단감 / 차영미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2.11.24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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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러운 세상이다

감 먹고

*단디

감을 잡으며 살아야겠다

*단디: ‘단단히’의 경상도 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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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영미 작가의 단감을 보면서 요즘 세상이 얼마나 혼란스러우면 ‘저런 생각에 잠길까’하고 나 또한 혼잣말로 넋두리해봅니다.

작가는 단감을 깎으며 경상도 방언인 ‘단디’라는 어휘를 사용하여 친근한 친구에게 전하는 말처럼 ‘단단히 감을 잡으며 살아야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이태원 참사를 보면서 아직 꽃 피지 못한 젊은 청춘들의 죽음이 형언할 수 없는 아픔으로 다가왔습니다.

또한 장기화한 코로나 상황은 바이러스의 자기 생존 능력으로 변이를 거듭하고 있고, 우크라이나 전쟁은 장기전으로 이어져 세계 곳곳에 혹독한 겨울을 예고합니다.

현 시국은 감히 차영미 작가의 말처럼 어지러운 세상입니다.

어지럽다 못해 조난한 난파선이 되어 망망대해를 표류하고 있는 작금의 형국에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정말 감이 잡히지 않습니다.

현재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어려운 일이 너무나 많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손 놓고 그저 망연자실하여 슬픔에만 잠긴다면 우리는 내일로 가는 희망의 열차를 탈 수 없습니다.

안전하지 않은 곳이 있으면 안전할 수 있도록 조처하고, 지난 일이라 과거의 일로 치부하지 말아서 다시는 그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현재의 어려움과 고통을 잘 이겨낸다면 후일에 풍성한 과실이 되어 다시 우리에게 돌아올 겁니다.

장석주 시인의 <대추 한 알>이란 시에 이러한 내용이 잘 담겨 있습니다.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 저 안에 태풍 몇 개 / 저 안에 천둥 몇 개 / 저 안에 벼락 몇 개 // 저게 저 혼자 둥글어질 리는 없다. /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 저 안에 초승달 몇 낱’이라고 붉고 둥글어지는 이유가 고통 속에서 인고의 시간을 견디어 만들어졌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차영미 작가의 말처럼 우리는 혼돈의 세상에 단디 감을 잡으며 살아야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어려운 세상이라도 달콤한 단감을 깎아서 입에 넣는 순간만큼은 현재의 어려움을 잊고 순간을 음미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글=박동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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