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n‘t look up? Look up!!
Don‘t look up? Look up!!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2.11.23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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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필자가 연구과제 수행과 관련해 진행한 발표를 동료 연구자가 듣고, 영화 이 생각났다고 말했다. 이 영화는 코미디 영화다. 그것도 블랙코미디….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은 재미있었다, 한참 웃었다거나 시대 비판을 잘 담은 영화라고도 했다.

이 영화를 최근 출장길에 볼 기회가 있었다. 영화의 줄거리를 간추려 소개해보자. ‘어느 날 천체물리학자들이 새로운 혜성을 발견하고 기뻐했지만, 혜성의 진로를 확인하고는 절망에 빠진다. 혜성은 지구를 향하고 있었고, 아무리 계산해도 지구와 충돌하는 경로이며, 그 크기는 지구를 통째 파괴할 만큼 컸다. 이들은 위험을 정부에 알리지만 정부는 대응은커녕 사실을 인정하지 않거나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한다.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미디어를 이용하지만, 미디어는 시청률을 높이는 수단으로 여기며 다른 곳에만 관심을 둔다. 이런 상황에서도 천체물리학자들은 세상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지난 11월 6일∼19일 각국의 정상들이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모이는 ‘제27회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COP27)’가 개최되었다. 당초 계획은 18일까지였지만, 마지막 날에도 협상이 타결되지 않아 마감일을 하루 넘긴 19일까지 진행된 회의였다. 이 총회에서 다룬 주요 이슈들 가운데 가장 중요한 의제는 ‘손실과 피해(Loss and Damage)’라고 생각한다.

잘 알려져 있듯이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는 전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지만, 그 피해 정도는 경제 발전이 덜 된 곳이나 개발이 안 된 곳일수록 크다. 그리고 이렇게 피해를 보는 국가는 지금까지 온실가스를 거의 배출하지 않은 국가들이다. 남태평양의 섬나라들은 해수면 상승으로 국토가 잠기기 시작했고, 동남아시아 주요 국가들의 침수피해는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이 최근에 발생한 것은 아니다. 남태평양 섬나라의 하나인 투발루는 십수 년 전부터 국토가 바다에 잠기고 있다며 기후변화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을 국제사회에 간절히 호소해 왔다. 또한, 기후변화 피해 당사국인 그 밖의 개발도상국들은 온실가스를 배출한 선진국들이 그 배출량을 줄이는 한편 기후변화의 책임을 인정하고 그 피해를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들은 번번이 외면당하기 일쑤였다.

‘손실과 피해’ 의제는 이러한 측면에서 과거부터 꾸준히 거론돼왔지만, 당사국총회에서 정식 의제로 다뤄진 것은 이번 총회가 처음이다. 총회가 열리는 동안 치열한 협상이 있었고,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국가들을 지원하기 위한 기금 설립에도 합의했다. 만족할만한 수준은 못 되지만 기후위기에 취약한 개발도상국을 위한 첫걸음을 뗐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둘 수 있다.

하지만 필자는 ‘지원’이라는 단어가 불편하다. 이 단어가 선진국들의 책임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선진국과 군소 도서국 협상 그룹 등이 2025년 이전까지 전 세계 배출량의 정점 달성을 촉구하고, ‘글래스고 기후합의’에서 제시한 석탄발전의 단계적 축소와 화석연료 보조금의 단계적 철폐보다 더 진전된 감축 노력을 요구했으나 반영되지 못한 점 역시 너무나 아쉽다.

현재까지 협의를 거쳐 제출된 국가별 감축 계획들은 세기말까지 산업혁명 대비 기온상승을 1.5℃ 이내로 제약하기 위한 ‘2050년 탄소중립’ 달성에 부족하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진단 결과들이어서 감축 노력은 더 강하게, 더 빨리 이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실질적 의지와 실천 노력은 그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 큰 문제다.

눈앞의 위험은 당장 해결해야 하는 문제다. 다가오는 위험에 잘 대비해서 그 위험을 피하거나 그 피해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 위험이 클수록 적절한 대책을 세워 하루라도 빨리 대비해야 한다. 지금까지 기후위기를 대하는 것은 “Don’t look up!”이라고 외치는 상황이었다. 그랬기에 기후변화의 속도는 더욱 빨라졌고, 우리가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은 더욱 줄어들었다. 대응을 위한 길은 명확하다. ‘빠른 속도의 이행’이 바로 그 길이다.

마영일 울산연구원 시민행복연구실, 환경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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