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 / 강춘홍
휴식 / 강춘홍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2.11.17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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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열심히도 굴렀다

몸에 새겨진 지문들이 닳고 닳아

비로소 도착한

층층이 쌓아 올린 납골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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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춘홍 시인의 디카시 《휴식》을 감상합니다.

삶에 지친 타이어들이 드디어 휴식하게 되었습니다.

있는 그대로 말하자면 더이상 쓸모없는 타이어들을 한곳에 모아둔 것 같습니다.

시인은 죽음을 가장 아름답게 꺼낼 수 있었던 단어가 휴식이 아니었을까 짐작해 봅니다.

얼마나 많은 길을 달려왔을까? 저 지문이 다 닳도록 그 길을 연결한다면 지구를 몇 바퀴를 돌았을까요? 열심히도 다녔습니다. 열심히도 살았습니다.

수없이 쌓인 타이어들을 보며 납골당에 안치된 유골함이 떠오르는 것은 비단 나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입니다.

우리도 타이어와 다를 게 없습니다. 지문이 닳도록 열심히 살아온 삶도 결국 종착역은 납골당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열심히 살아온 삶도 왜 그렇게 살았을까. 누구를 위하여 지문이 다 닳도록 그렇게 열심히 살았을까?

결국은 자기 자신을 위하여 살아온 삶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나 자신이 아닌 그 누구를 위하여 살다가 내 삶이 끝났다는 생각은 슬픈 일입니다.

우리의 삶의 끝은 결정되어 있지만 살아가는 과정에서 지문이 다 닳아 없어지도록 최선을 다하는 삶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강춘홍 시인의 디카시 《휴식》을 감상하면서 사진 속 저 타이어들은 정작 자신들을 위해 달려본 적이 있을까 물음표를 던져봅니다.

글=박해경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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