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염학(米鹽鶴)의 고장, 울산
미염학(米鹽鶴)의 고장, 울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2.11.14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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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은 예로부터 미염학(米鹽鶴)의 고장이다. 하늘이 선물한 자연환경이 풍족한 땅이기 때문이다. 미염학의 미(米)는 쌀, 염(鹽)은 소금, 학(鶴)은 두루미를 일컫는 말이다.

쌀은 남창(南倉), 서창(西倉)이란 지명이 흔적으로 남아있다. 반천리(盤泉里)의 미연(米淵)도 벼 생산에 한몫하는 지명이다.

소금은 외황강 마채염전, 여천강 삼산염전, 돋질 조개섬염전, 하상면 명촌 대도섬염전, 염포 소금포, 울산 염분개 등지에서 생산됐다. 학의 존재는 학성(鶴城)을 비롯해 회학(回鶴)과 비학(飛鶴)·무학(舞鶴)과 쌍학(雙鶴) 그리고 삼학촌(三鶴村) 등 지명에서 알 수 있다.

한국인은 쌀과 소금을 하늘이 정해준 천생연분의 관계로 인식한 것 같다. 이를 일러 ‘주먹밥 연분’이라 말할 수 있겠다. 주먹밥의 재료가 쌀밥과 소금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살기 위한 최소한의 음식이 쌀과 소금이기도 하다.

학도 쌀과 소금을 찾는다. 학은 벼가 주식이지만 몸속에 소금기가 부족하면 바닷가를 찾아 먹이 활동을 한다.

쌀은 벼를 방아 찧어 만든다. 농기(農旗)의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에서 농(農)의 중심은 벼농사이다. 곡우(穀雨), 곡기(穀氣), 곡류(穀類), 곡식(穀食), 탈곡(脫穀), 낙곡(落穀) 등 곡자(穀字)의 중심은 벼(禾)이다.

소금을 생산하는 장소의 이름은 염분(鹽盆-경상도지리지), 염소(鹽所-세종실록지리지), 염전(鹽田) 등으로 변천됐다. 소금은 ‘소금(小金)’으로 부를 만큼 우리 몸을 지탱하는 데 필수적인 물질이다.

학이 텃새로 살면 임고(臨皐), 구고(九皐) 등 습지 환경을 찾는다. 습지는 농경지와 강변과 같이 수분을 머금은 땅을 말한다. 학은 넓은 농경지와 앞이 탁 트인 강변을 최적의 서식지로 여겨 찾는다. 넓은 농경지와 강변은 먹이가 풍부하고, 날기가 쉽고, 사방을 경계하기도 쉽기 때문이다.

쌀은 탄수화물의 창고이다. 탄수화물은 신체의 기능을 원활하게 해주는 에너지 공급원이기 때문이다. 특히 뇌 활동에 있어 탄수화물이 부족하면 심각한 결과를 빚는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람에게 탄수화물이 부족하면 에너지 감소는 물론 변비, 입 냄새, 개인의 기분 변화 등으로 사회생활에도 지장을 준다고 말한다.

소금의 작용을 두고 한방에서는 소화, 해독, 살균, 심장 박동, 발열 등 여러 방면에서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심지어 순록, 사슴, 산양, 말, 소 등 초식동물까지도 주기적으로 암염(巖鹽) 지대를 찾아 소금을 섭취해야 목숨을 지탱할 수 있다고 한다.

학은 벼가 주식이고, 소금이 부식이다. 사람의 주먹밥과 다르지 않다. 학이 관찰되는 환경으로 습지와 염전이 가까이 있는 것이 전혀 생뚱맞지 않다. 일본에서, 학의 월동지 혹은 사육장에다 바닷물고기를 급이(給餌)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명 가치의 재발견은 지역경제 활성화의 시작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과 실천은 무와 소금을 버무려 동치미를 만드는 창조작업에 견줄만하다.

지명 스토리텔링 사업과 지역 축제의 목적이 기존의 지명과 무관한 이야기를 엉뚱하게 풀어놓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미 부르고 있는 이름을 필요에 따라 현실에 맞게 활용할 때 더 빛이 나는 법이다. 그 결과는 지역경제 활성화의 성과로 나타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황우쌀, 마채염, 울산학춤이 한데 어우러지는 가운데 ‘미염학의 고장, 울산’의 활용방안을 한 번쯤 음미해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성수 울산학춤보존회 고문, 조류생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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