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가 산책]도시를 문화로 디자인하다 ③
[문학가 산책]도시를 문화로 디자인하다 ③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2.11.13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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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뒤스부르크와 에센은 19-20세기 독일 경제발전을 이끈 도시로 각각 제철산업과 석탄산업으로 명성을 날리던 공업도시였다. 이후 관련 산업이 쇠퇴하면서 독일의 뒤스부르크는 환경도시로 변모했고, 에센은 촐페라인(Zollverein)을 중심으로 디자인과 문화라는 키워드로 도시를 변모시켰으며 현재 디자인과 문화의 성지가 되었다.

촐페라인의 탄광 역사는 인근 철광도시에 석탄을 공급하기 위해 1847년 수직 갱도를 파며 시작되었다. 최대 8천 명의 노동자들은 매일 1만2천 톤의 석탄을 생산했으며, 우리나

라의 많은 광부가 일했던 곳이기도 하다. 1986년 공해 문제로 문을 닫은 뒤 1990년대에 변환을 통한 보존을 모토로 복합문화단지로 바뀌었고, 2001년, 산업유산으로서 보존가치를 인정받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는 성과를 거두었다.

에센도 새로운 공장과 주거건물을 짓는 계획을 통해 기존 폐공장을 철거하고 새로운 시설로 대체하는 계획을 세울 수 있었다. 하지만 주 정부의 도시재생 정책은 에센 촐페라인을 그대로 살리고 이 시설을 ‘문화’라는 키워드로 살려내는 방향으로 도시재생의 돌파구를 찾아내었다. 근대 독일공업 건축양식을 그대로 간직한 곳은 에센 촐페라인이 유일하기 때문이다(독일에서 시작된 바우하우스와도 깊은 연관이 있는 부분으로 1932년에 마지막으로 건설된 갱도인 ‘샤프트12’가 바우하우스 마지막 교장이었던 ‘미스 반 데어로에’의 제자인 ‘프리츠슈프’와 ‘마르틴 크레머’가 설계한 건물이라는 점이다). 산업단지도 문화유산이 될 수 있다는 사고의 전환을 통해, 과거 산업시대의 유산인 폐석탄공장을 박물관과 공연장, 레드닷 디자인박물관, 그리고 커뮤니티 공간으로 변모시켰으며, 이러한 성공적인 도시재생을 통해 1천 개의 일자리를 창출했고, 연간 200만 명 이상이 방문하는 문화창조 산업의 중심지가 되었다.

에센이 과거 탄광 중심 공업도시에서 문화도시로 탈바꿈할 수 있었던 것은 사고의 전환을 통한 도시의 역사성 보존과 현시대의 삶, 그중에서도 문화를 도시에 접목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렇듯 도시가 지닌 다양한 관점의 역사성과 이것을 어떻게 문화적 관점에서 도시민의 삶과 연계시켜 새로운 도시의 방향성에 녹여낼 것인가를 심도 있게 고민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울산은 여전히 우리나라 국가경제를 이끌고 있는 건재한 공업도시다. 하지만 기술의 트렌드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울산의 도시 산업구조도 이에 발맞춰 변화를 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시도에 ‘문화’라는 키워드는 중요한 이슈로 작용할 수 있다. 수소도시, 2차 전지산업 등 새롭게 떠오르기 시작한 도시를 경제적으로 풍요롭게 하는 산업을 육성함과 도시에 이러한 지역산업의 특수성에 기반한 문화 관련 정책과 산업도 동시에 성장시켜야 한다. 이제 이 도시는 ‘돈’만 많은 도시가 아니라 ‘문화’적 양식이 풍부한 도시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울산은 독특한 지리적 환경으로 인해 역사·인문적 자산과 근대산업 유산이 연결되어 이야깃거리가 풍부한 도시이다. 다만 경제성장이라는 효율성을 강조하는 시대를 거치면서 그 소중한 자산이 잠시 뒷전에 밀려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었을 뿐이다. 이제 우리는 소위 말하는 ‘먹고 살 만한’ 도시가 되었다. 시민들이 더 건강하게 자긍심을 느끼며 도시에 존속하기 위해서는 도시가 유기체로 살아 움직여야 한다. 그리고 그 세포는 시민의 문화적 삶이라 할 수 있다. 이제, 건재한 산업도시 안에서 시민의 삶에 기초한 문화가 공존하기 위해 ‘문화도시’라는 거시적 관점의 문화정책을 통해 도시의 산업, 공간과 사람을 엮어 나가는 시도가 필요한 시점이다.

안수지 전 울산문화재단 정책연구실 연구원/디자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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