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詩]요양원에 사는 엄마 / 성환희
[디카+詩]요양원에 사는 엄마 / 성환희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2.10.20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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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 목이 될 뻔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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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환희 시인의 디카시 《요양원에 사는 엄마》를 감상합니다. 지금 요양병원에 계신 친정엄마가 생각이 나서 울컥했습니다. 우리 엄마도 곰 같은 성격이라 참고 사는 데는 일등이었습니다. “그래서 치매가 왔다” 하루에도 혼자 중얼거리면서 엄마를 떠올립니다. 성환희 시인도 하필 곰으로 엄마를 연상시켰다니 놀랍고 감사한 일입니다.

엄마는 우리 칠 남매를 키우면서 ‘매번 사람은 하고 싶은 말을 다 못하고 산단다.’ ‘속으로 삼키는 말도 있어야 사람답게 인정스럽게 사는 것이다’라고 버릇처럼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저는 한쪽 귀로 듣고 한쪽 귀로 흘려버렸는지 그렇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인정 없다 소리 많이 듣는 편인데 정작 요양병원에 계신 엄마를 마주 할 때면 폭포처럼 흐르는 눈물을 닦느라 하고 싶은 말을 다하지 못합니다.

평소 말하는 제실력은 랩이라도 할 텐데 말입니다. 또 후회합니다. 진짜로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하고 왔습니다. 은행잎이 차가운 가을바람에 우수수 떨어집니다. 내년 이 계절에 엄마를 또 만나러 올 수 있을까? 걱정이 되어 자꾸만 뒤돌아보면서 결심합니다. 다음에는 “엄마 사랑해 나 엄마 딸이라서 진짜 행복했다고” 할 말을 다해야겠습니다.

곰 같은 우리 엄마 목이 기린 목이 되기 전에 빨리 한번 만나러 가야겠습니다. 글=박해경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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