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마음이 풍성해지는 가을을 맞아보자
몸과 마음이 풍성해지는 가을을 맞아보자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2.10.13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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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아침저녁으로 제법 쌀쌀한 바람이 몸속을 파고든다. 길가에 서 있는 가로수들의 잎새는 푸르름을 잊고 붉은색으로 물들었고 은행나무 잎새도 노랗게 물들어 간다. 얼마 있지 않으면 가을바람 소리와 함께 우수수 떨어져 도로 위를 뒹굴 것이다.

대기중(大氣中) 물질의 입자가 작을수록 하늘이 맑고 푸르게 보인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가을 하늘이 바로 그렇다.

우리가 보통 가을을 느끼는데 두 가지 형태가 있다. 그중 하나는 오곡이 풍성한 결실의 계절을 느끼는 넉넉한 마음이다. 다른 하나는 이제 머지않아 닥쳐올 겨울을 걱정해야 하는 마음과 떠나온 고향을 그리고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랑하는 사람이나 가족을 그리워하면서 생각하는 서글픈 마음일 것이다.

선현(先賢)들은 가을을 비유해 익을수록 고개 숙이는 겸손함과 넉넉한 마음이라고 했다. 들판에는 황금빛으로 누렇게 물든 곡식이든 사람이든 알이 차고 지식이 충만할수록 고개를 숙이는 것은 자연의 섭리이다.

그런데 우리네 지도층 인사들은 자연의 섭리를 거슬려 가며 살아가고 있다. 지위가 높을수록 타인을 대하는 자세가 다르다. 서로 인사하거나 악수할 때를 보면 꼿꼿한 자세로 고개를 세우고 손만 겨우 내민다. 그러면 그 앞에 선 지위가 낮은 사람은 허리를 깊숙이 꾸부리고 황송한 듯 높은 분의 손을 공손히 잡는다. 사진만 봐도 지위가 높고 낮은 사람을 얼른 구별할 수 있다.

또한 외형적인 모습뿐만 아니라 내면적으로는 더욱 심각하다. 아집(我執)과 독선(獨善)으로 가득한 독불장군(獨不將軍)으로 내가 아닌 남과는 절대로 화합하려 하지 않고 타협보다는 싸우려는 전투적 자세를 취한다. 이것이 바로 우리 지도자들이 보여주는 한심한 모습이다.

최근 계속되는 국정감사를 지켜보면서 우리나라 국민은 어쩌다 저런 인간들을 국회의원으로 뽑았는지 참으로 후회막급이다.

최소한의 양심과 도덕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어떤 일이나 문제를 당리당략에 두고 극단적인 편 가르기에 열심이다. 우리 당이 아니면 철저히 배척한다. 최소한의 사실확인이나 과학적 근거는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에게는 필요 없다. 법을 만들고 고친다는 입법기관인 국회는 법을 철저히 무시한다. 자기편이 아니고 자신과 의견을 달리하면 사냥개보다 더 독하게 싸운다. 결국에는 삿대질에 욕설에 고소·고발을 마구잡이로 해댄다. 이것을 두고 우리는 입법기관이라고 하겠는가. 오늘도 유권자의 한사람으로 국정감사 TV 채널을 또 돌려버리면서 후회한다. 다시는 너 같은 인간을 국회의원으로 뽑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김수환 추기경이 자신의 사제 서품 50주년 회견에서 “국민의 뜻을 하나로 모아야 할 어려운 때 나라가 자꾸만 흩어지고 대립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라고 개탄하면서 특히 “나라를 이끌어 가는 정치 지도자들은 제발 싸우지 좀 말라고 당부하고 싶다”라고 질타 섞인 주문을 했다고 한다.

벌써 논밭에는 가을은 완연한데 우리의 지도자들은 ‘익을수록 그리고 알이 많이 찰수록 머리를 숙이는’ 평범한 자연의 진리를 언제쯤 깨우치고 살아갈 수 있을까?

오곡백과가 가을 들판을 뒤덮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세계는 경제 불황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 계속되는 금리 인상으로 빚을 진 서민과 기업들은 이자 부담으로 어려움이 더해지고 있다. 이제 우리는 조금이라도 내려놓고 낮추고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보자. 모두가 어려운 시기에 이웃을 대해 배려하는 마음을 갖고 다 같이 몸과 마음이 풍성해지는 가을을 맞아보자.

이주복 편집이사·경영기획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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