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혁신을 통한 경제안보
과학기술 혁신을 통한 경제안보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2.10.03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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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자원 빈국(貧國)이면서도 한국전쟁의 폐허를 딛고, 1953년 대비 60년 만에 GDP 3만 배 상승을 기록하며 드디어 선진국 반열에 오른다. 전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기적적 성장과 사회발전은 산업경쟁력이 없었더라면 불가능했다. 그 산업경쟁력이 바로 석유화학, 자동차, 조선해양 등 울산의 3대 주력산업에서 시작됐다. 지금은 치열한 기술패권 경쟁과 글로벌 공급사슬 붕괴와 재편, 4차산업혁명 등 위기와 기회가 혼재하는 불확실성 시대다. 바야흐로 과학기술 혁신을 통한 경제안보는 국가 생존과 위상을 좌우하는 변수가 됐다.

최근 미중(美中) 간 기술패권 다툼이 치열하다. 총성 없는 전쟁터에 다를 바 없다. 바이든 정부가 출범한 이후, 중국에 대한 미국의 견제가 날로 거세지고 있다. 4차산업혁명 시대의 핵심기술 장악을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은 한 치의 양보도 없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최근 발생한 차량용 반도체 칩의 공급부족 사태를 계기로 글로벌 공급망 재구축 문제가 최대 현안으로 떠올랐다.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반도체, 인공지능 등 미래산업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고 최강대국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바이든 정부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명분으로 삼아 삼성, TSMC 등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들의 미국 투자를 유도하고 있다. 4차산업혁명 시대의 핵심기술이 중국에 이전되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봉쇄하고 있으며, 국가안보 차원에서 미국 기업들을 지원하고 있다. 경제안보는 국가안보와 직결된 중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중국과 일본으로부터 값비싼 교훈을 얻은 바 있다. 2017년 사드 배치와 관련한 중국의 보복 조치로 어려움을 겪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또한, 2019년 7월 일본의 기습적인 경제보복 조치로 한일(韓日) 무역전쟁이 촉발되었고, 핵심 수출제품인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제조에 필수적인 핵심소재를 조달하지 못해 애를 태웠던 경험도 있다. 작년 10월에는 중국이 요소수 수출을 제한함에 따라 국내에서 요소수 품귀 사태가 벌어져, 자칫 국내 물류가 마비될 수 있는 긴박한 상황까지 벌어졌다. 이렇듯 이미 차이나 리스크 등 몇 차례의 위기사태를 경험했음에도 지난 정부는 상황 대처에 미흡했다.

기후변화, 공급망 붕괴, 팬데믹 등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공급망 안정성과 회복력 강화가 경제안보의 핵심이다. 그렇기에 장기적으론 무역과 투자의 대(對)중국 의존도를 줄여나가야 한다. 하지만 중국과의 완전한 디커플링은 가능하지도 않고 그럴 필요도 없다. 심지어 미국도 분야별로 차별화된 중국 시장에 대한 접근 전략을 펴고 있고, 최근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에 대한 수입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 우리도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은 물론이고,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가야 한다.

문 정부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전략적으로 모호한 외교적 줄타기를 해왔다. 그러나 바이든 정부의 대중국 견제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어 이젠 외교적 노선을 분명하게 정할 수밖에 없다. 앞으론 안보와 경제를 연대하는 방식으로 배타적 블록을 형성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중립지대로 남기가 더욱 힘들어졌다. 바야흐로 각국이 특정 블록을 선택해야 하는 제로섬 게임이 시작된 것이다. 우리나라는 중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가 높다. 미국이 추진하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정에서 촉발되는 미중 갈등에 따라 국내경제와 산업이 그만큼 피해를 볼 가능성이 커졌다. 후유증 최소화를 위해 사전에 잘 대비하자.

경제안보 거버넌스는 국정 운영의 우선순위 재조정과 신속 과감한 의사결정, 그리고 통합적 대응이 요체다. 당연히 규제혁신은 필연이며 최우선 과제다. 겹겹 규제 타파의 통 큰 혁신으로 연구개발(R&D)과 산업활동의 기(氣)를 살려야 한다. 기업경쟁력이 곧 국가경쟁력인 시대다. 우리의 태생적인 지정학적 조건을 극복하는 길도 당대의 대체불가 기술을 확보하는 전략 이외에는 묘수가 없다. 이유 불문하고, 전 국민이 똘똘 뭉쳐 우리 민족 고유의 저력을 발휘하여 이 위기를 극복하자.

이동구 본보 독자위원장·RUPI사업단장, 4차산업혁명 U포럼 위원장, 한국화학연구원 전문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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