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공학(Reverse Engineering)
역공학(Reverse Engineering)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2.09.26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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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앞을 보고 달려나가고 더 발전하기를 원한다. 급변하는 시대에 새로운 문명과 기기에 적응하지 못하면 왠지 도태되는 것처럼 느껴진다. 분명한 것은 우리는 변화하는 시대와 새로운 것에 적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나아가는 것에 못지않게 지난 시간을 뒤돌아보고 반성과 성찰을 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우리가 사용하는 다양한 기기는 빠르게 발전해 왔다. 스마트폰의 경우에는 2007년 스티브 잡스의 애플사에서 아이폰을 출시하고 난 후부터 발전하는 속도가 무서울 정도로 빨라 현재는 아이폰 13까지 나온 상태이다. 기술의 일부인 스마트폰의 발전을 예로 들었지만 다양한 기기들이 빠르게 발전해 왔다는 사실은 모두가 다 알고 있을 것이다.

과연 공학적 발전이 앞만 보고 달려온 결과일까? 실은, 과거와 현재를 분석하여 실제(현재)의 상태와 바람직한 상태의 차이에서 나타나는 문제를 해결하면서 발전해 왔다. 현재를 분석하는 수단의 하나로 우리가 사용해 온 제품을 학생들과 함께 분석해 보기로 했다. 전자제품뿐만 아니라 어느 제품도 상관없다. 고장 나거나 사용하지 않는 제품을 가지고 분해해 보고 제품에 담긴 기술과 수학·과학의 원리를 탐구하고 더 나아가 관련 지식재산권을 탐색해 보는 것이다.

이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제품 선정이었다. 잘 알려진 기업이거나 대기업 제품 중 너무 오래되지 않은 제품으로 선정할 것을 권장했다. 제품을 분해하고 부품을 검색하는 데는 인터넷의 힘을 빌려야 한다. 하지만 오래전에 출시된 제품은 인터넷에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모둠이 적절한 제품을 준비해 왔는데 한 모둠이 2000년대 초반의 폴더폰을 가지고 실습하며 정보를 검색하는 데 애를 먹은 기억이 난다.

다음은 준비한 제품을 분해하고 부품에 대한 설명을 조사하는 것이다. 학생들이 준비해 온 제품들은 다양한 부품들로 구성되어있다. 모든 부품을 분석하고 조사하는 것은 학생과 교사에게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핵심 부품 4개를 선정하여 명칭, 스펙, 발전 동향 등을 기록하고 이미지를 첨부하도록 했다.

핵심 부품에 대한 분석이 끝나면 제품과 관련된 지식재산권을 조사하는 단계로 들어간다. 제품을 발명했을 때 기술적인 특허뿐만 아니라 디자인, 상표 등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을 알도록 특허(실용신안), 디자인, 상표를 각 1개씩 조사하도록 했다.

특허는 제품과 관련해서 등록된 것(실용신안)을 찾아서 보고서에 기록하면 된다. 특허 출원을 하는 데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청구항을 확인하고 독립항과 종속항을 구분하기 위해서는 등록 공고 문서를 찾아봐야 한다. 특허 관련 정보를 찾는 방법에 익숙하지 않은 학생들이 대부분이라 특허 검색 사이트인 키프리스를 직접 보여주면 학습 효과가 뛰어나다는 것을 경험했다.

모둠별로 분해한 제품의 디자인권은 제품 전체에 대한 것일 수도 있고 제품의 일부 부품에 대한 등록 디자인권이 될 수도 있다. 디자인권을 보호하는 제품에 따라 물품류가 달라지기 때문에 정확한 물품류를 찾도록 했고 이 모든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디자인 출원서를 찾아보고 분석하여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지도했다. 보고서의 마지막은 분해한 제품에 적용된 수학 및 과학적 이론을 조사하여 공학과 수학·과학은 밀접한 관계에 있고 기술의 발전을 좀 더 쉽게 이루기 위해서는 수학·과학적 지식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것을 학생 스스로 깨닫게 했다.

이 수업의 형태는 ‘전국기술교사모임’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으나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 기업들이 과거 1970~80년대에 기술 발전을 위해 해온 리버스 엔지니어링이다. 기술과 공학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미래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이전의 것들이 가지고 있는 역사적 가치를 생각해 보고 현재와 비교해 보는 것 또한 의미가 있다. 이것을 학생들이 미래 공학자의 삶을 살아가는 동안 가슴에 안고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조한명 호계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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