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산지석(他山之石)
타산지석(他山之石)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2.09.22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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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은 했었지만 ‘역시나’였다. 지난 민선 7기 때 울산과 부산, 경남이 의기투합해 ‘부울경 특별연합’을 추진한다고 했을 때 일각에선 “정권 바뀌면 틀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고, 결국 민선 8기 들어 부울경 특별연합은 좌초 위기에 놓이게 됐다.

지난 19일 경남도는 민선 8기 출범과 함께 지난 7월부터 8월까지 정책과제로 추진한 부울경 특별연합의 실효성 등에 대한 연구용역 결과 발표를 통해 부울경 메가시티 불참을 공식화했다.

경남도는 불참 근거로 광역 업무처리에 대한 독자적인 권한과 국가 지원 전략이 없다는 것이다. 또 필요한 재정지원 근거 등 기반이 부족해 실질적으로 자체 수입 재원을 조달할 수 없다는 근거도 제시했다.

특히 간선으로 선출된 특별연합단체장과 의회 의원의 의사 결정에 대한 대표성이 불분명하고 특별연합 단체장의 책임성 확보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공동업무 처리방식도 책임소재가 불분명하고 이해관계가 달라 업무도 완결 짓지 못한 채 갈등만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 밖에 △특별지방행정기관의 이관 계획 전무 △국가 차원의 초광역협력 사업 미비로 특별연합의 주요 목적인 수도권 대응체계 구축 어려움 △부울경 지자체 간 규모를 고려하지 않은 의원정수와 운영·사업비 분담 비율 등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박완수 경남도지사는 “결국 부울경 특별연합은 비용만 낭비하고 실익은 없다”며 “대신 수도권 집중화에 맞서기 위해 지난 1963년과 1997년 각각 부산과 울산이 경남에서 분리되기 이전 행정구역인 ‘경상남도’로 다시 통합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부산과 울산의 동의 하에 특별법을 제정해 오는 2026년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통합자치단체장을 선출하면 된다며 방법까지 제시했다. 경남도의 부울경 행정통합을 두고 부산시는 즉각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치고 당장이라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 마디로 손해볼게 없다는 의미다.

사실 울산과 부산, 경남이 연합해 메가시티를 구성하면 대한민국 제 2도시인 부산만 살찌우는 일이라는 건 일찍부터 지적돼 왔었다. 때문에 경남도가 부울경 특별연합에서 하차하겠다는 건 차치하더라도 박 도지사의 대안 제시는 울산 입장에서는 참으로 황당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1997년 울산시민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뭉쳐 어렵게 광역시 승격이라는 쾌거를 달성해 경남도에서 겨우 독립했는데 이제 와서 다시 밑으로 들어오라니. 시쳇말로 현실성 1도 없는 대안제시가 아닐 수 없다.

이런 가운데 26일이면 김두겸 울산시장도 민선 8기 출범 후 울산연구원에 정책연구과제로 의뢰했던 ‘부울경 메가시티 실익분석과 수혜 확대방안 연구’ 결과를 토대로 부울경 특별연합에 대한 울산시의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들리는 이야기에 따르면 연구 결과 울산 역시 실익이 없고, 별 다른 수혜 확대방안도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고 한다. 하긴, 체급이 다른데. 일반인이 생각해봐도 해운대, 벡스코, 부산국제영화제 등 걸출한 아이템들을 가진 부산이 연합의 결실을 모조리 가져갈 거라는 건 불을 보듯 뻔하다.

그래도 이번 일은 도시와 도시 간의 결합에 대해 적잖은 가르침을 주고 있다는 점에서 시도 자체가 의미가 전혀 없어보이진 않는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민선 8기가 출범과 함께 울산과 경주, 포항 간의 ‘해오름동맹’에 집중하고 있다. 해오름동맹 역시 부울경 특별연합과 크게 달라보이지 않는다. 울산시는 이를 타산지석(他山之石) 삼아 보다 현실적이면서 실현가능한 공동발전전략으로 동맹의 길을 찾아야 한다.

박선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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