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詩]바다에 비우다 / 송재옥
[디카+詩]바다에 비우다 / 송재옥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2.09.15 21: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내 안의 덧없는 것들

바람이 몇 번 지나가고

고뇌와 바다를 바꿨지

짠물이 물비늘에 걸렸나

목울대가 자꾸 출렁거린다

****

송재옥 작가의 <바다에 비우다> 작품을 보면서 비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됩니다.

보통 사람들은 힘든 일이 있을 때 바다나 산을 찾아 그곳에서 마음을 비우며 조금의 위로를 받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옵니다. 하지만 우리의 일상은 비우는 일보다 채우는 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남보다 뒤처지면 안 된다는 생각에 자꾸만 채웁니다.

책을 안 읽으면 지식이 떨어질까, 돈을 모으지 않으면 재산이 부족할까, 명품 가방을 사지 않으면 남들이 업신여길까, 여기저기 채우려고 아우성입니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도의 길은 하루하루 덜어내는 것이고, 덜어내고 또 덜어내면 무위에 이르고 무위에 이르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라고 말합니다.

그 옛날 노자도 이렇게 비움에 대하여 역설하고 있습니다.

그릇이 역할을 할 수 있는 까닭은 그릇의 내부에 빈 공간이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요즘 명의들이 들려주는 장수 관련 이야기 중 소식하라는 말이 있습니다.

소식 또한 어쩌면 비움에 관련된 말이 아닐까요?

사람의 마음뿐만 아니라 몸도 덜어내고 비워야 건강해지는 원리가 작용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가득 채우려고 하지 비우려고 하지 않습니다.

여기서 우리에게 마음의 고통이 생기며 근심과 화가 쌓이게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송재옥 작가도 마음에 찬 무엇인가를 내려놓기 위해 찾은 바닷가에서 여인의 모형 너머로 일렁이는 물비늘을 보고 울컥했던 감성을 디카시에 살렸지 않나 생각됩니다.

디카시는 사진과 짧은 시의 절묘한 조화가 필요한데 ‘짠물이 물비늘에 걸렸나 목울대가 자꾸 출렁거린다.’라고 표현한 부분이 멋지게 어우러지는 것 같습니다.

바쁘고 힘든 일상이지만 가끔은 비우고 내려놓는 시간을 가지는 일이 오히려 가득 차는 충만감으로 돌아오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글=박동환 시인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