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는 가족과 더불어 즐겁게
한가위는 가족과 더불어 즐겁게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2.09.07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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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호 태풍 ‘힌남노’가 드디어 물러갔다. 그러자 울산지방은 햇살 머금은 선선한 가을 날씨를 선보였고 하늘은 맑고 푸기 그지없었다. 민족의 큰 명절, 추석을 즐겁게 맞이하라는 축복으로 여겨졌다.

명절이 되면, 각지에 흩어져 있던 가족, 친척들이 모여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안부를 묻는 게 일상적인 풍경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그런 풍속도가 자꾸만 사라져 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 그런 흐뭇한 분위기와는 달리 가족 간의 갈등이 곧잘 불거져 사회적 문제의 하나가 된 것이다.

얼마 전, 부산에서는 추석 차례 음식 준비문제가 불씨가 되어 아내가 남편에게 흉기를 휘두르는 일이 있었다. 또, 한 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작년 추석 연휴에 접수된 가정폭력 신고 건수가 그 전주보다 57%나 증가하기도 했다. 주로 제사 문제나 고부간 갈등이 원인이었다. 가족들끼리 오랜만에 만나 단란해야 할 명절 분위기가 싸움판 분위기로 변질되고 만 것이다.

어느 신경정신과 교수의 ‘건강하고 즐거운 명절 보내기’ 방법을 잠깐 소개하려고 한다. 먼저, 가사노동은 적절히 나누고 명절 행사는 간소하게 치르는 것이 좋다. 또 부엌일은 여성의 몫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명절인 만큼 이벤트로 남성도 함께 가사 일을 돕는다면 집안 분위기는 더없이 훈훈해질 것이다.

잘만 하면 아내에게 ‘멋진 남편’ 소리를 선물 삼아 받을 수도 있다. 내 가족과 친지를 위해, 그리고 조상님을 위해 음식을 장만하는 일이 어찌 즐겁지 않겠는가. 하지만 가사노동량이 평소 수준을 넘어서다 보면 스트레스 지수는 덩달아 올라가기 마련이다. 그때부터는 음식 장만이 행복한 일이 아니라 도리어 원망스러운 일이 되고 만다.

너무도 당연한 얘기지만, 갈등의 소지가 있는 대화는 일부러라도 피해야 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가사 스트레스가 잔뜩 쌓인 상태에서 부부끼리 서로 불편한 얘기를 꺼낸다면, 감정이 격해지는 것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이다. 또, 손윗사람이 손아랫사람에게 흔히 건네는 취직이나 결혼문제도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

요즘 꽤 널리 알려진 ‘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 검사’를 필자도 받아본 적이 있다. 자신의 성격유형(16가지)을 확인할 수 있는 이 검사를 가족들끼리 활용해보면 서로를 더욱 깊이 이해하고 배려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얼마 전, 성균관 의례 정립위원회에서 흥미로운 ‘차례상 표준안’을 내놓았다. 표준안에 따르면, 차례는 기본음식 6가지(송편·나물·구이·김치·과일·술)와 육류·생선·떡 등 최대 9가지 음식으로 올리면 되고, 기름에 튀기거나 지진 음식은 올릴 필요가 없다. 또 상차림은 가족들이 서로 합의해서 결정하면 된다.

필자는 ‘가족들 간 합의(화합)’라는 문구에 특히 눈길이 갔다. 그렇다. 명절은 가족, 친척들이 모여 즐거워야 하고 당연히 행복해야 한다. 이것을 조상님도 바라실 것이다. 차례상의 무게와 조상을 기리는 마음이 비례하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가정이 화목하면 모든 일이 잘 풀린다는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란 말처럼, 가족의 입장을 더 잘 헤아리고 존중한다면 그 어떤 어려움과 고난도 쉽게 헤쳐나갈 자신감과 용기를 얻을 수 있다. 이번 추석에는 상대방의 말을 한마디라도 더 경청하는 자세로 마음의 짐을 덜어드리는 것이 미덕이 아닐까.

김정숙 울산여성경제인협회 총무이사, 배광건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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