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을 가진 마스크
두 얼굴을 가진 마스크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2.09.04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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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 디자인을 전공한 대학생 김하늘 씨는 길을 걷다가 거리에 버려진 마스크에 시선이 멈추었다. 그리고는 ‘이건 분명 플라스틱인데 왜 재활용이 안 될까’하는 의문을 가졌다. 그렇게 연구해서 탄생한 작품이 바로 폐마스크를 녹여 생명을 불어넣어 만든 의자다. 지인들은 마스크로 가구를 만든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말렸지만, 그에 굴하지 않고 자신만의 독창적 아이디어로 작품을 탄생시킨 것이다.

등받이와 팔걸이가 없는 의자 1개를 만드는 데는 마스크 1천500장이, 등받이 의자는 4천 장이 필요하다. 초기에는 가족과 지인들한테서 재료를 모았고, 교내에 마스크 수거함을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2차 감염 우려가 있었고, 그 양도 한계가 있었다.

현재는 마스크 공장에서 자투리 천이나 불량품을 받아서 쓰는데, 자투리 천이 보통 한 공장에서만 한 달에 1t 정도 나온다고 한다. 그 덕분에 공장에서도 폐기물 처리 비용이 5분의 1로 줄었다고 한다. 한 사람의 창의적 아이디어로 환경도 살리고 비용도 줄이게 되니 일거양득인 셈이다. 그는 의자 외에 인센스 홀더(香 받침대), 탁상 조명 등의 소품도 제작하고 있다. 환경을 살리는 그의 뜻 있는 행보에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경기도 용인시에서는 폐마스크를 모아 의자나 반려동물용품 또는 생활용품을 만드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린다. 이러한 친환경 도시가 앞으로 더 많이 늘어나길 바란다.

3년째 전 세계인의 삶의 방식을 뒤바꿔놓은 코로나19로 변한 것은 우리의 일상만이 아니다. 바이러스로부터 우리를 보호해주는 고마운 마스크. 그런데 무책임하게 버리는 사람들 때문에 환경뿐만 아니라 야생동물까지 위협받고 있다. 특히 바다로 흘러간 폐마스크는 심각한 해양오염까지 불러일으킨다.

홍콩 해양환경 보호단체 ‘오션스 아시아’의 2020년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로 약 15억 6천만 개의 일회용 마스크가 전 세계의 바다로 밀려들어 갔다. 이들 폐마스크는 동물의 생존을 위협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시 미세 플라스틱으로 변해 해양 생태계에까지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또한, 사람들이 무심코 버린 마스크나 운반 과정에서 또는 매립지에서 바람에 날아간 마스크 귀걸이에 발이 묶인 새들이 발이 퉁퉁 붓거나 날지 못하는 일이 생겨나고 있다. 해마의 꼬리에 마스크가 걸려 자유롭게 헤엄칠 수 없는 안타까운 모습도 보고되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물고기들이 목에 마스크 줄이 걸려 죽는가 하면, 마스크를 해파리로 잘못 알고 먹은 바다거북이들이 숨지는 등 해양 동물들의 생존마저 위태로워지고 있다. 새들이 끈 달린 마스크를 둥지 짓는 재료로 쓰게 되면, 어미와 새끼가 끈에 얽혀 심각한 피해를 겪게 될 수도 있다.

야생동물들이 사람들이 버린 폐마스크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사람들이 책임감을 느끼고 버리면 되는 것이다. 마스크를 버릴 때는 반드시 끈을 가위로 잘라야 한다. 그런데도, 때론 귀찮다는 이유로, 끈 달린 마스크를 슬쩍 쓰레기봉투에 집어넣었던 나 자신을 반성하면서 조동화 시인의 ‘나 하나 꽃 피어’를 읊조려본다.

“나 하나 꽃 피어/ 풀밭이 달라지겠느냐고/ 말하지 말아라/ 네가 꽃 피고 나도 꽃 피면/ 결국 풀밭이 온통/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 나 하나 물들어/ 산이 달라지겠느냐고도/ 말하지 말아라/ 내가 물들고 너도 물들면/ 결국 온 산이 활활/ 타오르는 것 아니겠느냐”

사람을 살린 물건이 동물을 위협하는 현실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깊이 생각해본다.

천애란 사단법인 색동회 울산지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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