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집단자살’ 대 ‘인류 집단행동’
‘인류 집단자살’ 대 ‘인류 집단행동’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2.09.01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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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밍(Lemming)이라는 동물이 있다. 아름다운 북유럽 스칸디나비아반도에 서식하는 소형 설치류로, 우리말로는 ‘나그네쥐’라고 부른다. 집단생활을 하는 이 귀여운 동물은 아무 생각 없이 앞선 무리를 따라 달리는 습성이 있다. 앞선 무리가 힘차게 달려가다가 절벽에 떨어져도, 호수나 바다를 만나 빠져 죽어도, 나머지 무리는 멈추지 못하고 모두 따라 죽는다. 안타깝게도 이 동물은 이렇게 ‘집단자살’을 하는 특성으로 유명하다.

다양한 매체에서 꾸준히 언급되고, 필자도 여러 차례 언급한 대로 전 세계는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후 현상으로 큰 피해를 겪고 있다. 그리고 이상기후 현상의 발생빈도와 규모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지난 7월 장마가 끝난 후 8월 초 수도권에서는 유례없는 물폭탄이 쏟아졌고, 그로 인해 엄청난 재산피해와 안타까운 인명사고가 잇따랐다. 동작구 기상청 관측지점에는 시간당 141mm가 내린 것으로 기록되었다. 이는 기상관측 후 115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우리나라의 연평균 강수량이 1천200~1천400mm이니 1년간 내릴 비의 10분의 1이 한 시간 만에 내렸다고 볼 수 있다.

이 호우의 원인은 기압 배치에 있었다. 우리나라 남동쪽에는 고온다습한 북태평양고기압이 있었고, 중국 남부에는 고온다습한 열대저기압이 있었다. 고기압은 중심부에서 시계방향으로, 저기압은 중심부에서 반시계방향으로 바람이 분다. 따라서 이 두 기압의 배치로 인한 공기의 흐름은 마치 톱니바퀴가 맞물린 것처럼 작용하여 우리나라 남쪽의 고온다습한 공기를 서해 지역으로 올려보냈다.

그 당시 한반도와 중국 동북지역에는 저기압이 자리하고 있어서 북쪽의 찬 공기가 남쪽으로 유입되었다. 그 결과 남쪽에서 올라온 고온다습한 공기덩어리가 찬 공기를 만나 냉각되면서 비를 뿌리게 되었다. 그 이유에는 한 가지가 더 있는데, 수온이 바로 그것이다. 그 당시 남해와 서해 일대의 수온은 예년보다 3∼4℃ 더 높았다. 높은 수온은 대기 중으로 더 많은 수증기를 공급한다. 따라서 위와 같은 상황에서는 더 많은 비가 내릴 수밖에 없다. 결국, 이 호우도 기후변화로 인한 것이었다.

지난 5월 인도는 50℃에 육박하는 폭염과 가뭄을 경험했다. 유럽 역시 폭염과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폭염으로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고, 고온 건조한 날씨로 프랑스 남부와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스에서는 초대형 산불이 발생했다. 유럽의 많은 나라에서는 극심한 가뭄으로 강의 수위가 낮아지면서 심한 가뭄과 기근의 예고지표인 ‘헝거스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고, 2차 세계대전 때 침몰한 군함이 발견되는가 하면 수몰된 유적지가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 밖에도 파키스탄과 호주, 미국에서 홍수가 발생하는 등 지구 곳곳에서 수많은 나라가 이상기후 현상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많은 국가와 많은 지역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후 현상이 잦아지고 있고 그 규모도 커져 이제는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떠나 생존마저 위협하고 있다. 만년설과 빙하는 녹아서 사라지고 있고, 해수면 상승으로 저지대 국가들은 침수빈도가 증가하거나 수몰될 위기에 몰려있다. 더욱이 이미 진행되고 있는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변화된 환경은 다시 기온상승을 일으키며 기후변화를 빠른 속도로 재촉하고 있다.

수많은 과학자들이 인류의 지속성을 보전하기 위해 기온상승 폭을 산업혁명 이전 대비 1.5℃ 이내로 줄여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 전 세계 국가 대부분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고, 이의 달성을 위해 후속 조치들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기후위기 대응 조치들이 지금과 같은 속도라면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바꿔 말할 수 있다. 최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은 베를린에서 열린 기후회담에서 화상 연설을 통해 인류 절반이 기후위기로 위험에 처해있고, 그 위험은 어떤 국가도 예외가 없다고 강조하면서 “우리는 선택권이 있다. 집단행동이나 집단자살. 이는 우리 손에 달렸다.”고 이야기했다.

우리는 집단자살을 선택할 아무런 이유도 없다. 지금까지의 관성에서 벗어나 탄소중립을 위해 지금 당장 모든 노력을 다 쏟아부어야 한다.

마영일 울산연구원 시민행복연구실 환경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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