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레터’의 고장 북해도 ②
‘러브레터’의 고장 북해도 ②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2.08.24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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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도야로 이동했다. 사이로 전망대에서는 도야 호수를 관망할 수 있었다. 도야 호수는 섬 안에 네 개의 섬이 있는 큰 칼데라 호수이다. 겨울에도 얼지 않는 호수로 경관이 아름답다. 중세 성이 둥둥 떠다니는 느낌인 호수 유람선에 탑승했다. 엄청 살찐 갈매기와 까마귀가 있었다. 아직도 분화 연기가 자욱한 산이 멀리서도 보였다. 처음에는 눈인 줄 알았다.

오는 길에 에조후지산에 하얀 눈이 흰머리처럼 쭉쭉 골을 메우고 흰 구름이 머리띠처럼 두르고 있는 광경을 봤다. 멋진 광경에 모두 탄성을 질렀다. 6월인데도 눈이 하얗게 보이는 추운 날씨였지만 청명한 공기가 너무 좋았다. 잠재적인 활화산으로 후지산을 닮았다 하여 에조후지산(작은 후지산)이라고 한다. 제주 새별오름처럼 봉긋한 모습으로 다니는 내내 크게 다가왔다가 작게 보였다가 했다.

호수에서 보았던 쇼와신잔은 아직도 활화산으로 유황 냄새를 내뿜고 연기를 피우고 있었다. 1943년 대지진 때 갑자기 솟아나서 새로운 산이 생겼다고 한다. 식물이 자라지 못하는 붉은색의 산인데 재미있는 건 이 산과 주변이 개인소유이고 그 사람의 동상과 기념관이 있다는 사실이다. 박봉을 털어 다 투자한 대단한 사람이다. 우리나라 외도나 남이섬처럼 조상을 잘 만난 덕에 후손들이 편히 사는 것 같았다.

노보리베츠에 있는 다테 지다이모라(시대촌)에 왔다. 에도시대(사무라이 시대)를 재현하고 있는 곳으로 전통문화 극장에서 닌자 쇼와 기생 오이란 쇼를 관람했다. 팁을 약봉지에 넣어 끝날 때 던지는 것도 재미있었다. 오이란의 상대역을 관중 중에서 찾는데 우리나라 젊은 남자가 가위바위보로 정해졌다. 아주 천연덕스럽게 잘해서 웃음을 자아냈다. 여행에서 이런 공연 관람과 참여극은 굉장히 신선했다.

황무지 같은 ‘지옥 계곡’의 황회색 바위에서 나오는 화산가스에서는 달걀 썩은 듯한 유황 냄새가 엄청나게 났다. 왜 지옥 계곡인지 가보면 알 수 있다. 하얀 연기가 땅에서 여기저기 퐁퐁 솟아났다. 간헐천에서 우윳빛 탁한 온천수가 끓어오르는 신기한 모습에 냄새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사진 찍느라 바빴다. 도깨비가 사는 지옥이라는 뜻이어서인지. 입구부터 도깨비 동상이 많이 있었다.

도깨비 동상을 보니 일본 도깨비와 한국 도깨비가 어떻게 다른지 궁금했다. 한국 도깨비는 덩치가 크고 뿔이 없고 털이 많으며 나무 방망이를 들고 있다. 일본 도깨비 오니는 우뚝 솟은 뿔이 있고 눈이 부리부리하고 원색의 피부와 긴 엄니에 짐승 가죽옷에 쇠뭉치를 들고 험악한 얼굴을 하고 있다. 우리는 도깨비를 친숙한 존재로 생각하지만, 오니는 인간을 괴롭히는 악귀 같은 존재다. 한때 교과서에 우리 도깨비가 오니로 형상화된 적이 있어 시빗거리가 되기도 했다.

3대게 요리 뷔페를 먹는데 털게, 왕게, 대게가 나왔다. 물론 살아있는 게를 찐 게 아니라서 감칠맛은 나지 않았지만 푸짐하게 3번이나 리필해서 실컷 먹었다. 털게가 보기에 좀 그렇지만 맛은 제일 좋았고 살도 제일 야물고 꽉 찼다. 질리지 않게 김치찌개와 죽을 주었는데 우리나라에서 먹는 거랑 맛이 똑같았다.

산책로를 따라 올라가면 활엽수 숲인 원시림이 나온다. 아주 오래된 나무들이 많아 시원한 청량감을 주었다. 더 올라갔더니 오유누마가 나오는데 여기로 내려가면 천연 온천호수와 천연 족탕이 나온다. 족탕을 해보려고 열심히 올라갔는데 시간상 더 못 가고 내려와서 너무 아쉬웠다. 차로 가는 길도 있어 차로 데려다 주면 다 볼 수 있을 것 같아 속상했다.

얼마 전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여행하고 싶은 나라를 조사했는데 1위가 일본이었다. 가까워 경비도 적게 들고 안내판에는 한국어도 많이 보여 편하다. 음식이나 문화도 친근감이 있고 깨끗하고 조용한 편이다. 역사적으로 오랜 앙숙이지만 글로벌시대에는 ‘용서는 하되 잊지 말자’는 말처럼 영원히 가깝고도 먼 나라임이 틀림없다.

김윤경 여행큐레이터·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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