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파수꾼]산업안전 관리를 월드클래스로 하려면
[안전파수꾼]산업안전 관리를 월드클래스로 하려면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2.08.23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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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전후(戰後) 세대로 후진국에서 태어나 개발도상국을 거쳐 현재 선진국에서 살고 있다. 한 사람의 인생에서 이토록 극적인 변화를 겪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따금 “우리 민족이 요즘처럼 잘 살던 때가 있었을까?”라는 의문을 품어 보기도 한다. 우리끼리 잘 먹고 잘 산 적은 있었을지 몰라도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지금처럼 세계적으로 큰 영향력을 펼치며 산 적은 없었다. 최근 몇 년간 국외에서 맹활약하는 손흥민 선수는 필자로 하여금 축구를 정말로 좋아하게 만들었다. 명실공히 그는 동네 클래스가 아닌 월드클래스 축구선수이고, 그 사실 하나로도 나를 흐뭇하게 만든다.

산업재해란 산업현장에서 업무와 관련해 발생한 사고와 작업장 환경이나 직무 내용으로 인해 발생했을 인과성이 인정되는 질병 모두를 포괄한다. 그러나 현장에선 여러 가지 이유로 산업재해로 인정받기보다는 공상처리를 널리 선호한다. ILOSTAT에 의하면 2020년 우리나라의 전체 산업재해율은 근로자 10만명당 4.7명이었다. 참고로 같은 해 미국은 3.5명이었고 2015년 기준 영국은 0.8명, 스웨덴은 1명이었다. 2012년 OECD 주요국가의 근로자 10만명당 평균 사망률은 2.6이었으니 우리나라의 2020년도 산재사고 사망률은 10년 전 평균 OECD 주요국가의 평균 사망률보다도 1.8배가 높은 수준이다. 산업재해율만을 비교해 본다면 우리는 분명 월드클래스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산업안전 관리 분야에서 월드클래스가 될 수 있을까? 월드클래스 사업장이 되기 위해서는 다음 네 가지 요소를 확보해야 한다. △첫째, 사람을 위한 열정이 있어야 한다. 최고경영자는 작업자에게 노출된 모든 위해요소를 제거한다고 굳게 약속해야 하고 이를 조직의 모든 계층에 스며들게 해야 한다. △둘째, 위험의 노출을 조절해야 한다. 사고의 원인이 되는 위험에의 노출에 집중하고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 미리 취약점을 해결해야 한다.

△셋째, 재원과 시스템을 정렬해야 한다.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적절한 재원과 지원시스템을 제공해야 한다. 충분하게 훈련받은 사람과 장비 그리고 안전절차를 지키게 하는 시스템이 확립되어야 한다. △넷째, 열린 마음으로 변화를 수용해야 한다. 과학과 기술 및 세대교체가 불가피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그 변화에 대해 위험에 대한 노출을 줄일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안전을 위한 개선은 지속해야 한다.

법만 잘 지키면 산업재해가 감소한다는 통념을 벗어난 새로운 안전활동이 위험성평가 기법이다. 한정된 재원으로 가장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안전활동을 2013년 1월 산업안전보건법 제36조에 도입하게 된다. 위험성평가가 현장에 정착되어 실제로 우리 사회의 위험 수준이 낮아지고 사업장의 안전활동이 기업경영에 도움이 되기 위해선 위험성평가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중요하다. 위험성평가는 사업장의 위험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파악된 위험의 성질이 얼마나 고약한지를 평가하여 우리가 감당하기 어려운 성질을 가진 위험을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통제하는 것이 위험성평가의 핵심이다.

과거의 안전활동은 그저 법 조항을 준수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사업장에 있는 위험요인의 성질을 제대로 파악하여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 내로 관리하는 위험관리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위험성평가를 올바로 이해하고 전파하여 안전활동이 실제 우리 사회의 위험 수준을 낮추면서 산업재해로 인한 손실이 최소화되도록 하자.

필자는 오래전부터 규제 위주 안전관리의 한계에 대해 지적해 왔다. 위험에의 노출 요소를 지속적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안전기준을 준수하고 사업장의 위험을 찾아내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또한, 자발적으로 위험을 찾고 발견된 위험을 지속적으로 줄여나가는 노력도 필요하다. 안전 선진국과의 산업재해율 격차를 줄이고 산업안전 관리를 월드클래스로 하기 위해서는, 규제나 처벌을 넘어 사업장에서 자발적으로 위험을 발견하고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김원국 울산대 산업대학원 겸임교수, 리스크엔지니어링서비스 기술이사, 한국·미국 소방기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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