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광을 위하여 / 양순진
태양은 타오를 때보다
사라질 때 더 빛난다
우리도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이 좋다
그런 저녁을 닮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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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순진 시인의 디카시 《후광을 위하여》를 감상합니다.
태양은 타오를 때보다 사라질 때가 더 빛난다. 우리도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이 좋다. 디카시를 읽고 나니 <문득 손뼉 칠 때 떠나라> <떠날 때를 아는 자의 뒷모습이 아름답다> 라는 말들이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요?
내가 볼 수 없는 내 뒷모습을 위하여 나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사람마다 앞모습은 꾸미기 나름이라서 그런대로 아름답고 멋지게 보이지만 뒷모습 잘 보이기란 참 힘듭니다. 더구나 남들이 우러러보는 자리, 최고의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런 만큼 떠날 때를 알기란, 손뼉 칠 때 떠나기란 참 힘든 일입니다. 자존심은 욕심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요? 가장 힘든 욕심을 내려놓는다면 떠날 때가 언제인지 내 뒷모습이 언제 가장 아름다울지 알 것 같습니다.
“기여한 것보다 많은 명예를 얻었다면 반드시 추악해진다. 떠나야 할 때 떠날 줄 모르는 사람은 반드시 강시가 된다는 것이 하늘의 뜻”이라고 어느 글에서 읽은 기억이 납니다.
우리가 노을을 보면서 아름답다고 감탄하는 것은 양순진 시인의 말처럼 태양이 물러날 때 더 아름다운 저녁노을을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겠지요.
언제 어디서 어떻게 어느 자리에서 나 자신도 물러날 때가 있다면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 싶어 양순진 시인의 디카시《후광을 위하여》를 가슴에 담아둡니다. 글=박해경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