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의 말
지도자의 말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2.08.15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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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말에 “남아일언중천금(男兒一言重千金)”이라는 말이 있다. 남자의 말 한마디는 천금같이 값지고 무겁다는 의미다.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생긴 말이지만 남녀를 불문하고 말은 무게가 있어야 하고 신중해야 한다. 쏟아버린 물은 다시 담을 수 없듯이 한번 내뱉은 말은 다시 담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가볍게 던진 말실수로 낭패를 당하는 지도자를 종종 보게 된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장관 후보로 추천받은 모 교수는 학생들과의 회식 자리에서 던진 성희롱 발언으로 학생들에게 사과하고 무마했다. 하지만 세월이 지난 뒤에도 그 말이 발목을 잡아 결국은 장관 후보직을 사퇴하고 말았다.

말 때문에 기회를 잃은 경우는 과거에도 많았다.

이명박 정부 시절 40대 국무총리 후보자로 관심을 모았던 김태호 전 경남지사는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과의 만남에 대해 청문회에서 “일면식도 없었다” “첫 만남은 2007년 이후다” “2006년 후반이다”라고 말을 바꿨다. 그러나 청문회 후에 2006년 2월 출판기념회장에서 박 전 회장 바로 옆에서 찍은 사진이 공개되면서 총리가 될 사람이 거짓말을 했다는 여론의 뭇매를 맞고 결국은 총리 후보직을 사퇴해야 했다.

정치인들이 신중하지 못한 말로 인해 비난받고 신뢰를 잃으면 정치생명까지 끝날 수도 있으므로 말을 조심해야 한다.

말뿐만 아니라 글도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청문회 때마다 교수들의 논문이 문제가 되고 과거에 신문에 기고한 글이나 저술한 책의 내용이나 SNS에 올린 글이 문제가 되기도 한다.

얼마 전에는 대통령이 여당 원내대표에게 보낸 문자가 기자의 카메라에 잡혀 공개되는 바람에 대통령의 속마음이 드러나면서 매우 난처하게 되었고, 대통령 지지율이 20%대로 하락하는 상황까지 맞았다. 대통령이 보낸 문자를 수많은 카메라가 살피고 있는 공개된 장소에서 펼치고 보다가 카메라에 찍히는 실수로 당이 비상상황으로 빠져들기까지 했다.

지도자는 생각하고 있어도 말하거나 글로 쓰면 안 되는 것이 있는 법이다. 만나서 대화할 때도, 전화로 통화할 때도, 주고받는 문자 메시지나 SNS의 글도 신중해야 한다.

정치 지도자들이 신중하지 못한 말과 글로 인해 비판을 받고 기회를 잃게 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는 속담이 있음을 기억하고 신중해야 한다.

성경에는 말에 대해 이런 말씀으로 주의를 주고 있다.

“내 사랑하는 형제들아 너희가 알지니 사람마다 듣기는 속히 하고 말하기는 더디 하며 성내기도 더디 하라.” (야고보서 1장 19절)

사람들은 급하게 말하거나 성을 내다가 화를 부르는 경우가 생긴다. 귀는 둘이고 입은 하나인 만큼 듣기는 많이 듣고 말은 적게 하라는 것으로 생각하고 말을 신중하게 해야 한다.

“말이 많으면 허물을 면하기 어려우나 그 입술을 제어하는 자는 지혜가 있느니라.”(잠언 10장 19절)

굳이 성경 말씀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말이 많으면 실수를 하게 되고 허물이 드러나기 마련이니 입술을 제어하여 조심하는 사람이 지혜로운 사람이다. 필자는 교회에서도 말하고 방송에서도 말하는 사람이면서 책도 쓰고 신문에도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말하기도 글쓰기도 조심스럽게 한다.

언어폭력과 문자폭력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지도자들은 자신의 말과 글이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서 더욱 신중하게 처신하면서 덕을 세우도록 했으면 좋겠다.

유병곤 새울산교회 목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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