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는 ‘내 탓이오!’부터
기후위기는 ‘내 탓이오!’부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2.08.15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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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영국 연구팀이 흥미로운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했다. 자기반성과 치매의 연관성에 관한 연구였다. 정확한 인과관계는 알아내지 못했지만, 자기반성의 시간을 하루에 10분 이상 갖게 되면 분명히 인지력과 뇌 건강에 도움이 돼 치매를 예방하게 된다는 것이 이 연구의 놀라운 결과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자꾸 깜빡깜빡해서 오늘이 며칠인지, 얼마 전 만났던 분의 성함이 뭐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 당황스러웠는데, 이제 분명한 해결책 하나를 얻은 듯하다. 진정으로 자신을 돌아보고 그 안에서 우러나오는 짧은 한마디로 치매 예방을 시작하련다. “내 탓이오, 내 탓이오, 내 탓이옵니다.”

우리는 밥상에서, 시장에서, 텃밭에서 기후위기를 실감한다. 기후위기를 감각하기 위해 반드시 극한의 날씨를 경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 느낌과 생각을 말이나 글로 표현할 때 비로소 사회적 감각이 되고, 여기서 우리는 의식과 삶의 전환을 시작할 수 있다. 주위의 동료들이나 공동체 구성원들과 함께, 우리가 직면한 기후위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공부하며 무엇을 해야 할지 처절하게 고민하자. 그리고 일어나 행동에 옮기자. 오늘의 기후위기는 결코 누군가가 대신 해결해 주지 않는다. 내가 움직일 때 공동체가 움직이고 사회가 움직일 수 있다.

여러분은 “오늘의 기후위기가 얼마나 심각하다고 생각하시나요? 1점에서 5점까지 중 하나를 고르세요?” 하면 어떻게 점수를 매기실 셈인가. 모르긴 해도, 대부분은 3점 혹은 4점을 고를 것이다. 심각하긴 심각한데, 아직 극단적으로 심각한 건 아니라고 생각하는 분이 많다는 의미다. 올해도 전 세계는 각종 기후재난이 끊이지 않고 일어나고 있다. 한쪽에선 폭염이, 한쪽에서는 홍수가 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연일 폭염특보가 발효되고 있으며, 낮시간뿐만 아니라 밤에도 에어컨 없이는 잠을 이루기 어려운 하루하루다. 그런데도 우리는 기후위기를 얼마나 똑똑하게 감각하고 있을까?

요즘은 너무 더워서 물을 더 마시니 소변도 더 자주 보게 된다. 무의식적으로 물을 내리려다 멈칫한다. 변기 속 물의 색깔을 관찰하다가 그대로 슬그머니 덮개를 덮는다. 수세식 화장실에서 한 번에 흘려보내는 물의 양이 약 5리터다. 그런데 이렇게 고도로 정화 처리된 수돗물 5리터는 아프리카 등 물 사정이 취약한 나라의 국민 한 사람이 하루종일 사용하는 물의 양보다 많다. 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만일 내가 아프리카 어느 나라의 국민으로 태어났다면, 지금처럼 아무 걱정 없이 아무 고민 없이 살아갈 수 있을까?” 이건 정의롭지 않다. ‘지구의 부르짖음’과 ‘이들의 부르짖음’은 책 속의 글자가 아니라, 우리가 당면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기후위기는 우리가 꼭 해결해야 할 과제다. 최근 폭염, 홍수, 가뭄 등 막대한 경제적 피해가 발생하고, 해수면 상승과 사막화, 동물 생태계 파괴 등으로 감염병이 발생하는 등 기후변화로 인해 다양한 위기상황에 처해 있다. 코로나19 사태 등 글로벌 환경변화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도 높다. 그런 가운데 우리는 온실가스 다배출 산업구조가 지속되는 문제를 함께 해결해야 한다. 새 정부가 고스란히 짊어지고 갈 숙제인 셈이다. 도시와 생활공간 인프라를 녹색 전환하는 과제와 더불어, 환경과 대기오염의 주(主)원인이 되는 탄소에 대한 넷 제로(탄소 중립) 과제도 풀어야 한다.

평소에 준비를 잘하는 사람을 보면 부럽다. 무엇보다 그가 성실한 사람이라는 신뢰가 간다. 나도 가끔 그런 말을 듣기는 하지만, 그건 순전히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때다.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항상 깨어있으려고 노력하나, 코앞에 닥칠 때까지 하루하루 미루게 된다. 오늘도 생각만 하다가 하루를 지내고, 오늘도 마음만 먹다가 하루를 보내고 있다. ‘내일부터’ 하고 오늘을 보내지만, ‘내일’이 언제까지 허락될지 그것은 알 수 없다. 기후위기 문제는 더욱 그렇다. 하루하루 미루다가 이 지경에 이르렀다. 우리에겐 지구를 후손들에게 온전하게 물려줄 의무가 있다. Act locally. ‘나’부터 움직이자.

이동구 본보 독자위원장·RUPI사업단장, 한국화학연구원 전문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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