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의 조형유물을 보며 1
신라의 조형유물을 보며 1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8.02.03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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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형물의 존립성 ①
조형물의 존립성 ①

본보는 경북 경주 출신의 저명한 조각가로 보문 관광단지 덕동댐 준공비와 울산 출신의 광복군 총사령 박상진(朴商鎭) 의사(義士) 동상, 보문단지 목월공원 박목월(朴木月) 시비, 경상남·북도 경계조형물 전설의 천마(天馬) 등을 제작한 향석(向石) 이동호(李東浩) 선생의 기고문 ‘신라의 조형유물을 보며’를 매주 월요일 문화면에 연재한다. 이 기고문에서는 그 동안 조형 작품 할동을 통해 작가가 느낀 점을 전통과 현대성, 예술과 실용성 등 다양한 관점으로 풀어내 예술과 문명 비평의 또 다른 차원을 보여줄 것이다. <편집자>

조형물은 그 지역공간과 시대 속의

종교, 정치, 경제, 교육 등 사회생활 전반

체험된 내용 의식(意識)을 반영

33년의 직장을 퇴직하고 나니 눈뜨면 TV를 켜서 하루가 시작되고 잠자리에 들어서도 채널을 돌려 보다가 멈춰 잠드는 것이 하루를 마감하는 일상이다.

정보지식화시대에 살아야 하는 현대인의 어쩔 수없는 TV중독증에서 조석뉴스이외는 거의가 역사(History)나 내셔널 지오그래픽 채널(Natoinal Geographic channel)을 위주로 하지만 시청했거나 엄살스럽기도 한 애완견(犬)내용이면 채널을 변경하다가 요란스레 등장하는 젊은이나 아줌마가 애청할 노래나 동일출연자들의 동성내용으로 방영하는 3,4편 프로의 불필요성을 중얼거리지만 선택 시청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인정하면서 폴라리스(Polaris)프로에 눈을 고정시켜서 최소비용으로 국내는 물론 세계의 간접여행을 떠나게 된다.

직접여행으로 삶의 외침이나 정어리구이를 맛볼 수는 있지만 수박 겉핥기어서 도시나 마을곳곳의 세세한 부분까지는 여행이 어려운 주머니사정을 자위하며 TV세계의 간접여행으로도 세계의 셀 수 없는 인위도시, 자연산천을 두루 다니다 보면 거의 틀림없이 그 도시에 세워져있는 역사내용의 건축물이나 인물조상(彫像)을 만나게 된다. 그 만남을 위한 북극성 프로그램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필자가 그런 조형물을 제작하는 조각가이기 때문이다.

조형물은 그 지역공간과 시대 속의 종교, 정치, 경제, 교육 등 사회생활 전반에서 체험된 내용 의식(意識)을 반영하는 구현체일 뿐만 아니라, 환경공간의 하나의 정점을 인위로 미화시켜서 보다 질 높은 삶을 영위하려는 표상메시지가 된다.

누구라도 아는 바, 미국 자유여신상, 프랑스 에펠탑, 구 소련 100m 모국상, 호주 오페라하우스, 로마 개선문, 캄보디아 앙크로와트, 인도 아잔타석굴, 이집트 피라미드, 중국자금성 이라크 지구라트 등이 조형물=국가(國家)라는 등식관계이기에 ‘의’ 소유격조사를 생략해도 될 만큼으로 조형물이 국가와 민족특성을 대변하는 상징유산체이다.

이러한 세계문화유산을 찾는 사람들이 세계도처에서 모여들기에 관광산업이 생겼고 그 중요성과 영향력은 단순히 재화벌이를 넘어서 문화의 상호이해와 교류를 통하여 격렬한 갈등을 해결함으로써 이룰 수 있는 인류평화의 공동좌표로 존립한다.

수백광년 우주탐사 중에 불시착한 곳이 어느 행성인지를 모르고 헤매다가 해변에 파괴상태로 누어있는 자유여신(自由女神)의 조상(彫像)을 보고나서야 지구임을 알게 된 우주인이 인류 문명문화의 과거 파편을 증거로 진화 원숭이 압제에 대항하는 동물 인류를 묘사한 30년전 영화 ‘혹성탈출’은 조형물 존립의 의미를 시사하는 확연한 사례가 된다.

그런데 그러한 광의의 조형물들은 그 규모나 장소 그리고 적절한 조성목적과 효과적인 조형미감 때문에 세계적인데 반하여, 소의의 조형물로서 그 규모를 차치하더라도 목적과 기대치가 결여된 공해성 조형물들도 주변에 산재하고 있다.

조형물은 만인이 봐서도 그 타당성이 높고, 조성 목적에 부합하는 내용과 형식, 재료의 조형미로 연출되어야 하며 조성은 경제성과 기대치를 충분히 고려한 정책적 기획을 우선한다.

상행(上行)경부고속도로에서 첫 번의 경주터널 하행(上下)행 입구 벽면에 천마와 비천상 조합타일은 미(美)로서는 최하위 수준 자체였다.

교통안전의 기능성은 차치하고 고속으로 진행하는 차량 전방에 위치하는 조형물이 설사 보인다 해도 어느 누가 관심을 갖겠는가? 오히려 순간적으로 인상되는 그 유치한 수준의 혐오 때문에 곧바로 시각을 달리하는 국내외인의 비웃는 시선에 대한 당혹과 수치의 분노만 자아낼 뿐이다. 애당초 이들 조형물은 불필요한 것이었다.

‘고속도로상의 공간, 조건, 관리가 고려되지 않은 단순한 생각의 정책이 불필요하고, 설치위치, 재질 그리고 제작자의 조형수준 조차도 감지하지 못했기에 야기된 결과물’이 필자의 모신문 기고 후 철거되었음은 우연일치다.

도시교통에 문제가 없어 조성된 도심로터리는 광장에 위치함으로서 만남의 장이되어 영화 ‘로마의 휴일’의 남녀주인공 인연의 터가 되었고, 또한 로마시의 지름150m 콜로세움에 의한 주위 대로(大路)는 차량소통이 원활하다.

그러나 좁은 울산 시내 로터리에 자리한 시민 통칭 공업이나 산업의 상징조형물이 위치 때문에 교통체증을 가중하고, 그 조성목적이 상실된 상태여서 이축 또는 파괴를 통한 해결책이 있겠지만 이는 도시계획과 예산 수반되는 정책과 역사가 연관된 문제이므로 쉽지만은 않다. 이의 존족, 이축, 파괴의 견해를 점차 피력하고자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우리 주변에 산재한 조형물을 미학이나 미술로서 고찰, 서술하고자함이 아니고, 40여년 입체조형작업을 해오는 조각가로서 보고 듣고 느낀 점은 독자들과도 같은 경험 내용이므로 이를 정리하여 보자는 것이다.

필자는 집필전문인도 아니다. 더더욱 신문의 기사가 아닌 기고문이 학설논문의 서술보다 쉽지 않은 것이 지면상 함축하고 생략해야하는 어휘와 내용으로 하여금 다양한 독자층의 공감대 형성이 어렵다는 점이다. 경어생략에 이해를 구하며 독자의 성원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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