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함에 대한 불편한 오해
달콤함에 대한 불편한 오해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2.08.09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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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을 보러 가는 길에 초코바를 챙기고 스트레스를 받을 때 휘핑 가득히 올린 카페모카를 찾곤 한다. 우리 몸이 원하기 때문이다. 달콤함은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에너지를 빨리 만들어 낼 수 있는 재료가 되어준다. 달콤함을 찾는 것은 본능이다.

힘들 때 우릴 채워줄 수 있는 것은 당분만이 아니다. ‘지방’도 단위 당 에너지를 많이 낼 수 있는 연료다. 하지만 이것은 당보다 효율이 떨어진다. ‘분해’ 과정을 거쳐야 해서 즉시 사용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지방이 고액 수표라면 당분은 현금인 셈이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의 현금, 당분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당분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가장 단순한 당분은 “포도당”이다. 포도당은 식물이 광합성으로 잎에서 만들어 낸다. 이렇게 만들어진 포도당을 계속 연결하여 전분 형태로 씨앗에 저장한다. 사람은 식물의 씨앗에 에너지가 모여 있음을 안 뒤부터 주요 먹거리로 삼았다. 당연히 전분을 분해하면 포도당을 얻을 수 있다.

포도당의 구조를 조금 비틀면 과당이 된다. 과당은 자연의 과일 등에 풍부하게 들어있는 천연 당이다. 공업적으로 포도당을 과당으로 바꾸기는 쉽다. 생산 비용도 비교적 저렴하다. 과당은 관능적으로 첫맛에서 강한 단맛을 느끼고 뒤에서 깔끔하게 떨어지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는 청량음료나 아이스 아메리카노 시럽으로 과당을 사용한다. 우리나라는 ‘얼어 죽어도 아이스’(얼죽아)라는 표현이 있을 정도로 찬 음료를 즐기는 이들이 많다. 그리고 온도가 낮아질수록 맛을 잘 느끼지 못한다. 따라서 얼죽아의 단맛을 위해 생각보다 많은 양의 과당을 섭취하게 될 수도 있음을 기억하자.

다음으로 장기간 상온에서 유통되는 과자류는 주로 건조 상태로 또는 당 함량을 높여 보존성을 얻는다. 이때 설탕을 사용하면 너무 단맛이 강해지므로 설탕 단맛의 60% 정도인 포도당을 사용해 크림을 만들면 보존성도 얻고 맛도 얻을 수 있다. 우리가 지금 느끼는 맛보다 많은 양의 포도당을 먹고 있을 수 있음을 기억하자.

그렇다면 우리가 흔히 아는 설탕은 어떤 당분일까? 설탕은 과당과 포도당이 단단하게 결합한 것이다. 설탕은 주로 사탕수수, 사탕무를 끓여서 얻은 원당을 정제해서 얻는다. 당연히 사탕무, 사탕수수를 재배하지 않는 우리에게 정제된 설탕은 비교적 최근에, 그리고 흔하게 구하게 된 식재료라는 것도 기억하자.

우리는 오랜 기간 복합 전분질같이 체내에서 천천히 혈당 수치를 올리는 먹거리에 익숙해져 있었다. 그러다가 포도당, 과당, 설탕같이 흡수만 하면 되는 당류를 접하게 된 것은 극히 최근부터의 일이다.

이제 우리의 일상 속 먹는 습관들을 살펴보기로 하자. 아침 식사를 허술하게 하거나 공복으로 출근을 한다. 고된 출근길을 지나고 오면 심한 공복감이 밀려온다. 그리고 우리는 피로감과 공복감을 덜기 위해 달콤한 한잔의 커피와 비스킷, 초콜릿 등 간식을 곁들인다. 이런 유혹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어디에 있는지까지 잘 아는 업무공간이다 보니 유혹은 퇴근 무렵까지 끊이지 않고 이어진다.

유혹을 피하지 못한 사람의 몸 안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살펴보자. 분해할 필요가 없는 단순 당이 왈칵 쏟아져 들어오고 혈당 수치는 급격하게 올라간다. 따라서 급하게 상응하는 분해 명령 호르몬(인슐린)을 분비한다. 이어서 혈당치가 급격하게 낮아진다. 몸은 다시 본능적으로 당분을 갈구하게 된다. 또다시 단순 당이 왈칵…이라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최악의 상황은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지쳐버린 신체 조직이 당분의 흡수를 거부하는 “인슐린 저항” 상태가 되어 후천적 당뇨병으로 발전할 첫 단추를 끼워 넣게 되는 것이다. 액당이 다량 포함된 탄산음료, 과자류로 향하는 습관적 동작에 앞서 ‘기억하자’고 한 내용을 떠올리며 갑자기 들이닥칠 열량과 전체적 과부하를 생각해 보자. 본능을 억제할 이성이 요구되는 순간이다.

포도당, 과당, 설탕 자체에서 문제를 찾으면 안 된다. 그들은 죄가 없다. 다만 집중적으로 많이 먹는 방법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건강을 위해 그들을 무조건 배척할 것이 아니라 몸이 필요한 만큼 절제하며 섭취하는 미덕을 갖추어 보자.

신언환 울산과학대 호텔제빵조리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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