뙤약볕에 달궈진 지면에 아지랑이가 들끓다가도 갑자기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요란한 비가 내린다. 낮에는 폭염이, 밤에는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다가도 시원한 빗줄기를 만나면 무더위는 잠시 주춤해진다. 매년 적당한 더위와 적당한 비가 오면 좋겠지만, 지구 온난화의 추세 속에 지구 곳곳은 이상고온과 이상저온, 폭우와 홍수와 같은 이상기후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부산·울산·경상남도(부·울·경)의 최근 10년 여름철 평균기온은 평년 대비 6월 0.4℃, 7월 0.5℃, 8월 0.6℃ 상승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집중호우와 같은 위험기상의 강도가 높아지고 발생 횟수가 증가하면서, 집중호우에 대한 대비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집중호우가 내리면 불과 몇 시간 만에 하수구나 하천이 범람하거나 차량의 시야 확보가 어려워져 통행에 어려움이 생긴다. 특히 도시화로 인해 빗물이 땅속으로 침투하는 투수 면적이 작아지면서 도로나 지하차도가 침수되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 지난 2020년 7월 부산에서는 집중호우로 인해 지하차도가 침수되어 3명이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처럼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는 집중호우에 대해 살펴보고, 집중호우를 선제적으로 감시하는 방법을 알아보자.

집중호우란 짧은 시간 동안 국지적으로 많은 양의 비가 내리는 기상현상으로, 시간당 30mm 이상의 매우 강한 비가 내리거나 일 강수량이 80mm 이상 내리는 경우를 의미한다. 기상청에서는 3시간 강수량이 60mm 이상 또는 12시간 강수량이 110mm 이상으로 예상될 때 호우주의보를 발표하는데, 좁은 지역에서 시간당 30mm 이상의 매우 강한 비가 지속되면 호우주의보 수준에 도달할 정도로 비의 양이 많아진다.

집중호우는 북태평양 기단과 열대성 저기압의 영향을 받는 6월부터 9월에 주로 발생한다. 이 시기에는 태풍이나 정체전선, 발달한 저기압의 영향을 받으면서 집중호우의 발생 빈도가 잦고 위험성도 높아진다. 또 여름철에는 북태평양고기압의 가장자리로 온난다습한 수증기가 유입되고 햇볕으로 인해 기온이 오르면서, 대기가 불안정해지고 강한 비구름이 만들어져 많은 비를 내린다. 특히 대기 하층에서 많은 양의 수증기가 공급되고 대기 상하층 간의 대류 강제력에 의한 강한 상승기류가 발생하면 대기가 매우 불안정해진다. 이에 따라 대류권계면 부근까지 적란운이 발달하여 짧게는 수십 분에서 길게는 수 시간 동안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매우 강한 비가 내린다.

집중호우는 단시간에 발달하여 영향을 주므로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이 어렵다. 하지만 선제적 감시를 통해 집중호우로 인한 기상재해를 예방할 수 있다. 기상청에서는 집중호우와 같은 위험기상정보를 신속하게 알리기 위해 ‘날씨알리미 앱’을 통한 날씨 알림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강수가 시작되거나 낙뢰나 우박이 예상되는 경우, 호우나 태풍 등의 기상특보가 발표되는 경우 등에 사용자의 현재 위치를 기반으로 기상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특히 사용자가 위치한 지역 주변에서 15분 동안 20mm 이상의 비가 내릴 때는 긴급 기상 알림을 제공하고, 시간당 15mm 이상의 강수 시에도 강수 알림을 통해 집중호우에 대비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 국지적인 강수는 발생 여부와 시간대를 예측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하여 초단기 강수예측 정보도 제공하고 있다. 초단기 강수예측 정보는 현재 실황부터 향후 6시간까지의 강수 영역을 10분 단위로 예측하여 실시간 집중호우 감시에 효과적이다.

여름철 날씨는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집중호우의 가능성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부·울·경 3개월 전망에 따르면, 다가오는 8월에는 발달한 저기압과 불안정한 대기로 인해 많은 비가 내릴 때가 있겠고, 월 강수량은 평년(162.3∼ 323.2mm)과 비슷할 확률이 50%로 예측된다. 특히 대기불안정에 의한 비는 지역별로 강수량의 편차가 크므로, 언제 어디에서 일어날지 모르는 기상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사전에 배수시설과 시설물을 점검하고 산사태나 범람 등에 대비해야 한다. 실시간 기상정보 확인으로 집중호우에 신속하게 대처하여, 기상재해 없는 안전한 여름철을 보내자.

유희동 기상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