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인생을 만드는 나만의 레시피
맛있는 인생을 만드는 나만의 레시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2.07.10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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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김민식 MBC PD의 <때로는 잘못 탄 기차가 목적지에 데려다준다>는 영상물을 보았다. 울림이 있었다. 첫 단추가 의도와는 달랐겠지만 계속 본인이 추구하는 세계로 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시간을 의미 있게 채워 나가는 그의 태도가 감동적이었다. 직업 전문 교육을 해오면서 학생들에게 어떤 길을 제시해 주어야 행복해질 수 있을까를 늘 고민하는 필자에게 숨통을 틔워준 작품이었다. 이번 이야기는 잘못 올라탔다고 생각되는 인생 열차라도 바로 내리기보다 타고 가면서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방법에 관한 것이다.

일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본인의 업무를 문제로 느끼는 경우가 종종 있다. 특히 몸을 사용하는 기능 위주의 일을 하다 보면 이런 일이 흔하게 일어난다. 육체적 부담과 서투름에서 오는 정신적 중압감은 일을 빨리 매듭짓고 싶다는 욕망에 불을 붙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판단은 업종 자체가 본인의 적성과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심어준다.

3, 6, 9개월을 ‘3단계 마의 구간’이라고 한다. 필자는 현장에서 신입 사원들이 짧게는 3시간 길게는 9개월 동안 이 과정이 단계적으로 진행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3개월까지는 몸이 힘들고, 6개월까지는 몸은 익숙해지는데 무언가 어긋난 것 같고, 9개월쯤 되면 업종의 미래 자체가 노랗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친구들이 필자 주변에도 많아 ‘어디에도 길은 없지만, 어떤 곳이든 길이 될 수 있다’는 말로 다독거려준 기억이 있다. 그들은 그렇게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업계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지금은 서로에게 든든한 인적자원이 되어주고 있다.

이러한 미래를 그리려면 우선, 본인이 할 만하다고 판단했으면 바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 무엇이 좋을지, 이것은 어떨지 고민하는 과정은 물론 필수적이다. 그러나 이 과정이 너무 길면 안 된다. 해보기도 전에 자신의 한정된 지식을 바탕으로 걱정을 키워 자신을 스스로 가둘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생각에서 자유로워지려면 무엇보다 실천이 중요하다. 3개월까지는 먼저 실천부터 해보자.

그다음, 일의 흐름을 잘 파악해야 한다. 3개월에서 6개월 사이 일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본인 스스로 체계를 만들게 된다. 이때 시작하기 전에 그 날 하루 일을 순서대로 정리해 보길 권한다. 어플을 활용해서 정리하고 일하면서 세부 사항을 기록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흐름을 모르고 시키는 대로 하기보다 같은 일이라도 알고서 하면 재미가 조금 더 붙을 것이다.

사람은 자신이 주체가 되어 일할 때 심리적 만족도가 올라간다는 선행연구가 있다. 만족도가 높아지면 자연스레 일머리도 생길 것이다. 그리고 이는 선순환으로 이어지게 된다. 일에 익숙해지면 다른 이보다 잘하게 되고 그렇게 생긴 자부심은 자존감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이는, ‘일하며 얻는 기쁨’이라는 도파민의 축복을 의미하기도 한다. 물론 직무 밖의 인간관계도 직업 만족도에 큰 영향을 주고 직무 충실도에 따라 인간관계도 좋아질 가능성이 크지만, 이 글에서는 논외로 하겠다.

마지막 9개월부터는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를 스스로 질문하고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이때가 가장 큰 분기점이 되는 시기다. 일에 익숙해진 만큼 변화되지 않는 환경에 권태감을 느끼면서 아름답게 상상하던 미래보다 고행의 연속인 현실만 직시하게 되기 때문이다. 예전의 필자라면 진로 문제로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파랑새 동화를 들려주며 이겨내라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 시점부터는 오히려 그들에게 동조하고 위로하는 쪽으로 달라졌다. 다른 판단을 하거나 필자의 방향성이 변해서가 아니다. 9개월쯤 되면 그런 학생도 다른 일을 새로 시작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어느 곳에서든 이 같은 시기가 되풀이된다는 사실을 필자도 잘 알기 때문이다.

이러한 고비를 잘 넘기는 지혜가 필요하다. 일에 대해 더욱 깊이 있는 나만의 탐색을 시작해보고, 나만의 맛을 찾기 위해 어떤 일이든 배우고 익혀서 즐겨보기를 바란다. 이처럼 다양한 시도는 자신만의 훌륭한 ‘인생 조리법’이 되어 줄 것이다.

신언환 울산과학대 호텔제빵조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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