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 높은 돌봄과 방과후학교 시스템
질 높은 돌봄과 방과후학교 시스템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2.07.07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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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돌봄교실’은 손질할 때가 됐다. 시설과 장소, 돌봄 인력이 학교라는 공간 안에 있어 학교 구성원들과의 갈등이 심한 데다 ‘학교 교육과 돌봄 보육의 동반 하락’이라는 부정적 요인으로 사회적 낭비가 많기 때문이다. ‘초등 방과후학교’도 상황은 비슷하다. 방과후 강좌 개설, 강사 관리 등 많은 업무가 교사들 몫이어서 교사 본연의 업무인 수업 준비와 지도, 생활 상담에 지장을 주어 교사들의 만족도가 그리 높지 않은 탓도 있다.

교육은 교육전문가인 교사에게, 돌봄교실은 돌봄전문가인 돌봄전담사에게 맡기는 것이 옳다. 그러나 현행 방과후학교와 돌봄교실 운영 체제는 ‘담당 교사의 업무 과중’ 수준을 넘어 ‘교육 훼손’ 수준에 와 있다. 현행 방식이나 정규교육과정에 포함하는 전일제 학교에 집착한다면 교육은 포기하고 돌봄만 택하겠다는 발상이나 다름없다.

현재 수도권을 비롯한 대도시의 단위학교는 과밀학급, 과밀학교 상태여서 방과후 프로그램이나 돌봄교실을 위해 일반 교실을 제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담임교사는 정규수업 후 자신의 교실을 비워주고 다른 공간으로 옮겨 가야 해 본연의 업무에 집중하기 어렵다. 이른바 ‘돌봄겸용교실’로도 불리는 이곳은 보통 교실에 돌봄 시설을 추가한 기이한 공간이다. 돌봄교실용 사물함과 물품, 세면대가 교실에 곁들여진 모양새여서 교실 주인인 학생들의 공간이 침해받는 모순이 생기고 만다. 학교 시설을 이용한다는 개념으로 도입된 돌봄교실은 주객이 바뀌면서 교사와 학생들의 정당한 권리가 침해당하고 있다.

현재 학교의 돌봄교실은 담당자의 업무 과중과 직무 스트레스에 대한 호소로 가득 차 있다. 돌봄 행정업무는 수년 전부터 교사들의 기피 업무 1순위다. 돌봄교실 운영계획 수립, 대상아동 선정, 예산 운용에다 각종 민원 처리까지 모두 ‘교사의 업무’이기 때문이다. 교사들 사이에 돌봄 업무 담당자를 ‘학교 안의 또 다른 학교장’이라며 자조적 농담을 주고받는 것은 놀랍지 않다. 더욱이 담당자들 모두 학급 업무를 겸하는 담임교사여서 이러한 상황의 반복은 교육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업무 담당자만의 희생으로 이 모든 사태가 해결될 수는 없다. 다양한 학년과 학급 아이들이 섞이는 돌봄교실의 사고, 사건 해결은 모조리 그 학급 담임교사의 업무가 되고 말았다. 아이들이 학교에 머무는 시간이 길수록 안전사고에서 학교폭력까지 업무는 끝이 없다. 거듭 강조하지만, 이러한 부수적 업무들은 교육의 질 저하와 학생들의 학습권 박탈만 가져올 뿐이다.

교육기본법 제9조는 ‘유아교육·초등교육·중등교육 및 고등교육을 하기 위하여 학교를 둔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학교 교사의 고유한 업무는 교육이다. 교육이 교육전문가인 교사에 의해 이루어져야 질 높은 교육이 되듯, 돌봄 또한 돌봄 전문가인 돌봄전담사에 의해 이루어져야 양질의 돌봄이 보장된다. 따라서 지금처럼 교사가 돌봄을 책임지는 초등돌봄교실의 운영방식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결론적으로, 수요자를 위한 돌봄 정책 수립이 필요한 것이다. 결국, 아동이 소속된 교육지원청과 지자체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집으로 가까이 가는 돌봄’ 구축에 전념할 필요가 있다.

‘공간’은 학교가 제공하고 ‘운영’은 지자체가 하는 본보기로 서울 중구의 초등돌봄교실 운영사례 즉 ‘전국 최초의 구청 직영화’ 사업을 소개한다. 이 사업은 “저녁 8시까지 연장, 교실당 돌봄 전담교사 2명 배치, 특별프로그램 운영 등으로 학부모 만족도가 99%나 될 정도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수한 사례로 보는 시각도 있으나, 이와 같은 모델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관심을 가지고 필요한 지원을 해야 할 때라고 강조하고 싶다. 무턱대고 밀어붙이는 돌봄 확대 정책보다는 실질적 수요에 대응하는 맞춤형 돌봄이 필요한 때이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멀리’가 아니라 ‘집으로 가까이’라는, 생각의 전환이 절실한 시점이다.

황진택 울산교사노조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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