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정보와 문화예술의 산실, 도서관
지식정보와 문화예술의 산실, 도서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2.07.03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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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도서관 고양이, 듀이 리드모어 북스’다. 미국 아이오와주 스펜스 도서관장 비키 바이런이 추운 겨울날 도서 반납함 안에서 새끼 고양이를 발견하면서 동화 같은 실화가 시작된다.

이 작은 고양이 ‘듀이’는 이름처럼 똑똑하게 자기 일을 해나갔다. 도서관 정문에서 첫 손님을 기다리고 함께 입장하는 것을 시작으로 성인용 논픽션 코너 같은 곳을 걸어서 외로운 어린이와 노인들의 곁으로 다가갔다. 듀이 덕분에 방문객들은 웃음을 띠었고 평소보다 오래 머물기도 했다. 기분 좋은 행복감은 집으로, 일터로, 지역으로 번져갔다.

당시 아이오와 스펜스 지역은 극심한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었다. 이에 도서관은 일자리 은행 프로그램을 시행해 신기술 책을 비치하고 이력서 코너를 제공했다. 그러나 경제를 회복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무엇보다 마을 전체에 깔린 우울함을 거두기란 불가능해 보였다. 온기가 필요했고, 웃음이 간절했다.

가장 힘들었던 시절을 떠올려보자. 오랜 구직활동, 만남과 이별, 건강 문제를 비롯한 삶의 고단한 과정을 겪으며 가장 필요한 것은 온기였다. 내가 겪는 문제에 대한 조언이 아니라 문제를 겪는 나를 위로해 줄 손길이 간절하지 않았던가.

듀이는 사람들의 품으로 뛰어들었고 도서관의 분위기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조금씩 더 많은 사람이 도서관을 찾아왔다. 도서관의 고양이가 바꾸는 삶의 풍경이 전 세계로 방영됐다. 그렇게 꼬박 19년을 도서관 고양이로 지낸 듀이가 위종양으로 세상을 떠나자 워싱턴포스트, USA투데이 등 250여 매체에서 부고를 알렸다.

비키는 매체와 인터뷰할 때마다 듀이는 특별하지 않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만의 능력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가 가진 능력을 자신의 자리에서 다 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자신이 함으로써 특별해질 수 있는 것이 있다. 머무는 곳마다 흔적을 남겨 도서관 전체를 자신의 영역으로 만들어버린 녀석처럼, 나는 세상을 어떻게 채워나갈 수 있을까.

책을 모아둔 곳이 도서관이지만, 도서관의 힘을 만드는 건 사람이다. 뉴욕 공공도서관 로비는 저명한 리처드 도킨스의 강연을 들으려는 시민들로 북적인다. 도서관에서 저소득계층에 무선인터넷 연결을 위한 공유기를 대여해주고 시각장애인을 위한 오디오북도 녹음해서 준다. 90여 개 분관에서 어린이들은 수학 수업도 받을 수 있고 노인들은 컴퓨터 수업도 들을 수 있다. 프레더릭 와이즈먼 감독의 다큐 영화 ‘뉴욕 라이브러리’에는 이런 도서관, 그곳을 드나드는 사람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모으고 연결하고 품어주는 장소로서의 도서관은 사람을 중심에 두었기에 그 일이 가능했다. 그래서 인문학이다. 자신의 정체성을 상실하지도, 타인의 정체성을 유린하지도 않고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학문이기 때문이다. 도서관의 인문학 산책이 너무 어울리는 조합이다.

작가 수전 올리언은 ‘도서관의 삶, 책들의 운명’에서 어린 시절을 이렇게 회고했다. “나를 키운 곳은 도서관이었다. 도서관은 내게 자율권이 주어졌던 최초의 장소였다. 내가 네댓 살밖에 안 되었을 때에도 원하는 곳에 가도 된다는 허락을 받았다. 우리는 각자 발견한 책들을 들고 대출 데스크에서 다시 만났다. 도서관에 있는 시간은 내가 그곳에 도착했을 때보다 더 부자가 되어 떠날 것을 약속하는, 방해받을 일이 없는 꿈같은 시간이었다.”

도서관이 인문학의 산실이어야 하는 이유는 셀 수 없이 많다. 아직은 인문학이 우리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오도록 관심을 이끌어야만 하는 시기이다. 그러자면 인문학의 가치를 착실히 내면화시키고 또 이를 일상화시켜야 한다.

도서관은 우리에게 그럴 힘이 충분히 있다. 필자는 지난 7대 초선 의원 때도 교육위원회 위원으로서 도서관의 중요성을 줄기차게 주장했었다. 재선 의원이 된 만큼, 울산도서관을 중심으로 시와 교육청 산하 도서관은 물론 동네 도서관이 함께 협업시스템을 구축해서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볼 계획이다. 이제 도서관은 단순히 책만 읽는 공간이 아니라, 새로운 정보를 얻고 문화와 예술의 산실로서도 큰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종섭 울산광역시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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