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문화경쟁력의 현주소는?
울산 문화경쟁력의 현주소는?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2.06.30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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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5월은 대한민국 문화예술계의 뉴스가 쏟아진 한 달이었다. 한국 배우 사상 국제 주요 영화제의 첫 여우주연상을 받은 배우 강수연과 ‘타는 목마름으로’, ‘오적’의 저항시인 김지하의 갑작스러운 타계 소식이 하루 간격으로 이어졌다. 김지하 시인은 필자의 중동고 동문이어서 더욱 가슴에 와닿았다. 하지만 대한민국 문화토양을 더 높게 쌓아 올린 후배 예술인들의 활약으로 이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었다. 제75회 칸영화제에서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이 감독상을, ‘브로커’에 출연한 배우 송강호가 남우주연상을 수상했기 때문이다. 본상 2개를 동시에 수상한 것은 처음으로, K콘텐츠의 한껏 높아진 위상을 실감했다.

세계를 사로잡는 K콘텐츠의 활약 이면에는 양극화된 대한민국 문화예술계의 현실이 엄연히 존재한다. 영상매체에서 활동하는 유명 배우들이 이따금 연극무대를 찾는 경우를 볼 수 있다. 그 이유를 물으면 십중팔구 “연기 공부를 더 하고 싶어서”라거나 “연기 내공을 쌓고 싶어서”라고 대답한다. ‘연기의 기초예술’이라고 불리는 연극무대에선 그만큼 배우고 채워 나갈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연극은 왜 가난한 예술일까? 연극배우들은 “배고픈 연극무대만 고집한 것이 후회될 정도로 극심한 생활고를 겪는다.”고 털어놓는다. 그들은 배우들이 이룬 눈부신 성취를 접할 때마다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지도 모른다.

강력한 문화경쟁력은 국가 이미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프랑스는 높은 문화 역량과 풍부한 문화자원으로 소프트파워가 매우 높고, 이에 따라 국가 이미지 수준도 높다. 프랑스 문화를 체험하고 관람하려는 많은 관광객이 몰려와 경제적인 효과로도 연결된다. K컬처(한국문화)도 마찬가지다. 한류가 해외에서 인기를 끌자 한글을 배우고자 하는 청소년, 한국을 방문하고자 하는 한류 관광객, 한국에서 공부하고자 하는 유학생 등이 크게 늘어 궁극적으로 한국의 이미지를 높이는 데 일조하고 있다.

감성과 밀접한 문화는 심취하면 빠져드는 높은 몰입성도 가지고 있다. 게다가 K콘텐츠의 매력은 언어의 장벽도 허물어뜨린다. K팝을 좋아하는 외국인은 한국의 문화, 나아가서는 한국이라는 국가를 좋아하게 된다. 또한, 몰입성의 특성으로 문화는 타 분야보다 소프트파워의 깊이를 더해준다. 따라서 특정 국가에 대한 높은 문화적인 선호도는 그 국가의 소프트파워를 향상시키는 데 효과적이라 할 수 있다. 자타가 인정하는 ‘산업수도 울산’은 특히 이 점에 주목해야 한다. 필자가 ‘문화수도 전주’와의 활발한 교류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기술발전과 소득향상에 따라 소프트파워에서 문화의 영향력이 가속화되고 있다. 글로벌 플랫폼의 등장에 따라 많은 사람이 전 세계 문화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특히, 인터넷과 SNS가 일상화하면서 과거보다 타 문화에 대한 접근성이 훨씬 높아졌다. 한국이라는 문화의 변방에서 만든 K팝이 전 세계에 빠르게 확산한 것은 유튜브와 같은 SNS의 힘이다. 소득증가도 수요확산에 한몫한다. 가난할 때는 먹고사는 데 바쁘지만, 소득이 증가하고 생활에 여유가 생기면 문화예술에 관심이 쏠리게 된다. 21세기 들어 전 세계적으로 절대적인 빈곤이 크게 줄고 소득이 상승하면서 문화와 스포츠에 관심이 증가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K컬처의 대활약 속에서 양극화된 국내 문화예술계의 현실을 이해하고, 어려움을 겪는 문화예술인에 대한 적절한 지원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K컬처 육성을 위해선 기초문화예술에서 탄탄한 토대를 갖추는 것이 필수다. “대한민국 산업수도인 우리 울산은 어떤가?”에 생각이 미치니 머리가 온통 하얘진다. 울산은 하드파워에서 단기간 내에 비약적인 성장을 이뤘다. 그러나 이에 걸맞은 소프트파워가 뒷받침돼야 진정한 선진도시가 될 수 있다. 또한, 소프트파워의 강자가 돼야만 하드파워도 힘을 더 발휘할 수 있다. 국제사회에서 소프트파워를 가진 국가가 진정으로 경쟁력을 가진 국가로 평가받고,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강대국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동구 본보 독자위원장·RUPI사업단장·한국화학연구원 전문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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