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 한바당으로 한바탕 어시장이 열렸다
사진 한 장에 다 담지 못할 저 정도면
밤새 갈치 한치 몽땅
백만 마리쯤?
얼마 전에 김태운 시인의 디카시 <역발상> 감상평을 썼는데 또 이렇게 김태운 시인의 디카시<제주바당 야시장>을 감상하게 됩니다. 이렇게 된 것은 어릴 적 봐왔던 익숙한 풍경에 대한 끌림도 있었지만, 어제 “우리들의 블루스”라는 드라마 16회 17회차를 보았기 때문입니다.
한국 드라마이면서 제주도 사투리라서 자막이 써진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지만, 드라마에 관심이 없어 우연하게 보게 된 유튜브에서 어린 은기가 백 개의 달에게 백 개의 소원을 비는 것이 아니라 백 개의 달에게 백 번 아빠가 빨리 낮게 해 달라고 기도하겠다는 대사가 마음을 울렸지요. 그 백 개의 달이 떠있는 바다와 “제주바당 야시장”이 오버랩 되었습니다.
바당에 멸치가 들어오는 날 밤이면 고향 방파제에서 밤새 갈치를 낚으며 보았던 풍경이 눈에 선한데, 사진 한 장에 다 담아내지 못한 백만 마디의 말들을 수백 개의 달을 띄워놓은 저 야시장에서 펄떡거리는 갈치와 한치회를 먹으며 시인과 술 한잔 마시고 싶어집니다.
저런 풍경을 자주 볼 수 있는 환경이 부럽기도 하고 유연하고 자유분방하게 건져 올리는 싱싱한 맛 좋은 디카시를 여러분도 감상해 보시길 바랍니다.
글=이시향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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