챕터 #1 #2
챕터 #1 #2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2.06.09 23: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 배려의 차이가 선거 당락을 가르다

지난달 울산시교육감 선거운동이 한 창일 때, 울산지역 장애인학부모회 등 장애인 단체들은 논평을 내고 노옥희 교육감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 이유는 ‘장애인 이동권’에 대해 노옥희 후보가 ‘당연한 권리’로 정책을 펼칠 것이란 기대감이었다. 이들은 교육감 후보자로 나선 노옥희 후보와 김주홍 후보의 선거사무실을 찾아 ‘장애인 접근성’을 파악했고, 노옥희 후보의 지지의사를 밝혔다.

당시 노 후보의 선거사무실은 태화로타리에 있는 지암빌딩 1층이었고, 김 후보의 선거사무실은 공업탑 템포빌딩 2층이었다. 이들이 확인한 두 선거사무실은 ‘장애인 이동권’적인 측면에서 ‘쉽다’와 ‘어렵다’로 파악됐다.

노옥희 후보의 선거사무실은 1층일 뿐만 아니라 계단이 없다. 보행 손잡이에는 시각장애인 안내 점자 표식도 붙어 있어 장애인이 어려움 없이 쉽게 드나들 수 있는 구조다. 반면 김주홍 후보의 선거사무실은 2층으로 가파른 계단이 있고, 엘리베이터 마저 좁아 휠체어가 탑승할 수 없다. 시각장애인 안내 점자 표식도 없었다. 김 후보의 선거 관계자에게 “장애인 이동권을 배려했는지”에 대해 물었더니 “소홀했다”는 답이 돌아 왔다. 노 후보의 선거 관계자는 “당연한 것 아니냐”며 “노 후보는 선거사무실을 선정할 때 위치가 아무리 좋아도 장애인 접근이 어렵다면 계약하지 않는다. 장애인 접근성 고려는 1순위로 예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노 후보는 선관위에 제출하는 후보자 공약집에서도 점자공약집을 함께 첨부해 제공했다.

이런 배려의 차이가 울산 최초 여성 교육감으로 재선하는 원동력이 됐다. 노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전체 유권자 94만명 중 49만명이 투표해 55.03% 지지를 얻어 김주홍(44.9 6%) 후보를 10.07%p 차이로 이기고 재선 교육감이 됐다. 지난 4년간의 1막이 재선의 피날레로 장식됐다.

-2. 불편함을 넘어 미래로

지난 8일, 노옥희 교육감은 울산기독교총연합이 주최한 ‘당선인 초청 감사예배’에 참석했다. 울기총은 이번 선거에서 노 교육감의 포괄적 성교육 정책과 노동인권, 차별금지 정책 등을 원색적으로 비판한 보수세력이다. 그도 그럴 것이 성경에서 남자-여자의 성별을 생물학적으로 구분하고 있는데, 노 교육감은 포괄적 성교육을 통해 동성애와 같은 성소수자 문제를 관계의 접근으로 풀어나가려 하고 있으니 어찌보면 ‘생사대적’과 같은 인물이기 때문이다.

울기총의 영향을 받은 학부모들은 “울산교육이 망했다. 국가가 망한다”는 극단적인 생각을 표출해 노 교육감의 낙선운동을 벌였다. 그런 장소에 노 교육감이 찾아간 것이다.

감사예배는 통상적으로 마무리지어졌다. 예배를 마치고 노 교육감 정책을 극렬히 반대하고 있는 지광선 목사는 한 송이 장미꽃을 노 교육감에 전달하며 “아이들 학력향상과 노동인권 교육과 같은 이념교육을 자제해 달라”는 의사를 전달했다. 노 교육감은 “어쩌면 불편한 자리일 수 있었지만 이 자리를 비롯해 자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서로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지 않을까 기대한다”는 소감을 밝혔다.

노 교육감이 이 예배에 참석하지 않아도 됐다. 하지만 불편함을 무릅쓰고 찾아가 이야기를 들었다. 교육감은 보수와 진보를 떠나 모두의 교육감이기 때문이다. 선거결과 45% 가까운 질책의 소리를 수용하는 첫 행보다. 불편함을 넘어 아이들만 보고 행복한 교육을 만들겠다는 미래지향 울산교육의 제2막이 올랐다.

정인준 사회부장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