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학환경 개선 마무리… 스쿨존 교통사고 제로화 구심점 역할로 전환을”
“통학환경 개선 마무리… 스쿨존 교통사고 제로화 구심점 역할로 전환을”
  • 정인준
  • 승인 2022.05.30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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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시교육청 ‘교통안전 거버넌스’ 4년
교통안전 거버넌스 협력을 통해 교통섬이 설치되기 전(위쪽 사진)과 설치된 후의 동천초등학교 정문 모습.
교통안전 거버넌스 협력을 통해 교통섬이 설치되기 전(위쪽 사진)과 설치된 후의 동천초등학교 정문 모습.

학교 앞에서는 천천히. 속도제한 30km는 일상화가 됐다. 이렇게 된데는 2020년 3월 25일부터 ‘민식이법’이 시행됐기 때문이다. 민식이법은 학교 앞 차량 속도를 제한하고, 교통표지판·CCTV설치 등의 시설개선 뿐만 아니라 어린이 교통사고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민식이법 효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울산경찰청에 따르면 민식이법 시행 이후 스쿨존 내 교통사고가 큰 폭으로 감소했다. 2019년 24건에서 2020년 14건, 민식이법 시행 1년이 지난 지난해 6건, 올해 4월 기준 2건으로 ‘뚝’ 떨어졌다.

그러나 교통사고 건수가 줄었다고 학생들의 교통안전이 확보된 건 아니다. 민식이법 시행 이후 전국적으로 교통사고 건수가 줄었지만, 여전히 스쿨존 내 교통사고는 발생하고 있다.

울산시교육청 안전총괄과 손현목 차장은 “민식이법은 제도적인 스쿨존 안전확보에 의미가 있다”며 “스쿨존 시설물 설치와 함께 학생안전 확보를 위해 통학로 환경개선 등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울산시교육청은 민식이법 시행을 대비하고 한 발 앞서 보다 꼼꼼한 스쿨존 통학환경 개선을 위해 2019년 울산시청, 5개 구·군 지자체, 경찰청, 도로교통공단과 함께 ‘교통안전 거버넌스’를 구축했다. ‘교통안전 거버넌스’는 그동안 각각 떨어져 있던 교통안전 관계부서들의 모임으로, 한 자리에서 정보를 공유하고 학생들의 등하굣길 안전을 위해 협력하는 목적을 갖고 있다. 그렇게 4년이 지났다. 그동안의 ‘교통안전 거버넌스’가 무엇을 했고, 또 앞으로 무엇을 해야할 지를 알아봤다.
 

△교통안전 거버넌스 위원들이 회의를 하고 있다. 울산지역 교통안전 관련 기관들은 연 4~5회 만남을 통해 학교 교통환경 개선에 나서고 있다.
△교통안전 거버넌스 위원들이 회의를 하고 있다. 울산지역 교통안전 관련 기관들은 연 4~5회 만남을 통해 학교 교통환경 개선에 나서고 있다.

◇만성 민원 미포초 통학로 개선 ‘교통안전 거버넌스’로 해결

지난해 8월 13일, 울산 동구 미포초등학교 정문 앞에 울산시청, 동구청, 울산시교육청, 경찰청 관계자들이 등하굣길 통학로 환경개선을 위해 모였다.

정문 오른쪽 편에 위치한 일산중학교에서부터 걸어오는 통학로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현장확인을 통해 의견을 모으기 위해서다.

이 길은 보도와 흙길이 절반씩 섞여 있었고 보도 폭도 좁았다. 관리가 잘 되지 않아 쓰레기도 투기됐다. 때문에 학교와 교육청, 동구청 역시 학부모들로부터 통학로 개선에 대한 만성적인 민원에 시달렸다.

이 민원을 해결해 보자고 나선 게 ‘교통안전 거버넌스’다. 거버넌스는 현장을 확인한 후 우선 순위로 미포초 통학로 환경개선을 두기로 했다. 그 결과 연말쯤 울산시에서 불용예산이 발생해 이 예산을 사용하기로 하고, 동구청에 예산을 내려보내 통학로 환경을 개선했다.

우선 학부모들이 가장 반겼다. 지저분했던 주변 환경이 깨끗해졌고, 여러 명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어도 좋을 정도로 통학로가 넓어졌다. 비가 와도 질퍽거리지 않았다. 차도와 구분돼 차량들로부터 아이들이 안전해졌다.
 

오래된 민원인 미포초 통학로 환경개선이 교통안전 거버넌스를 통해 지난해 말끔히 해소됐다.
오래된 민원인 미포초 통학로 환경개선이 교통안전 거버넌스를 통해 지난해 말끔히 해소됐다.

 

◇유관기관 협력, 4년간 13개교 옐로우 카펫 등 설치

시교육청은 ‘교통안전 거버넌스’를 통해 그동안 12개 초등학교와 1개 고등학교 등 총 13개 학교의 스쿨존 교통환경을 개선했다.

스쿨존에는 고원식 횡단보도 설치, 보도재포장, 과속방지턱 설치, 볼라드 설치, 보도안전휀스 설치, CCTV 설치, 옐로우 카펫 등 다양한 교통안전을 위한 시설물이 환경조건에 따라 설치됐다. 특히 동천초등학교 앞 교통환경과 학생보호를 위해 교통섬을 만든 것이나 효정고 통학로 개선 등은 울산시청과 지자체, 시교육청, 경찰청, 도로교통공단 등이 모두 협력한 사업으로 의미가 있다.

동천초에 구축된 교통섬은 신호등, 도로정비 등 거버넌스 기관들이 맡은 각자의 역할이 어울려 스쿨존을 안전하게 만든 사례다.

효정고는 교육청이 부지를 제공하고 지자체가 예산을 투입해 학생들의 통학환경을 개선한 사례다.

시교육청과 북구는 5차례에 걸치 협의과정을 거쳐 정문 우측 석축구간을 뚫어 통학로를 넓히는 사업을 추진했다. 학생들은 그동안 교문으로만 통행하던 불편함을 새로 뚫리 통학로를 편리하게 이용하게 됐다.

◇“스쿨존 교통사고 제로화 위한 거버넌스 확대를”

교통안전 거버넌스의 그동안 활동은 시교육청이 할 수 없는 부분을 상호 보완해 학생들의 안전을 지킬수 있도록 환경을 개선하는 데 의의가 있다. 스쿨존은 학교밖 도로기 때문에 그 관리 주체가 시교육청이 아닌 지자체다.

때문에 사업에 들어가기도 쉽지 않고 예산을 확보하기도 어렵다. 그런 부서별 기관별 칸 막이를 허물고 학생교통안전을 위해 협력기구로 만든게 거버넌스다. 이 거버넌스는 1년에 4~5회 열리며 정보를 공유하고 지난 4년간 성과를 나타냈다.

시교육청 손현목(안전총괄과) 차장은 지난 성과를 토대로 교통안전 거버넌스의 새로운 방향성이 제시될 시점이 도래했다고 밝혔다.

손 차장은 “교통안전 거버넌스를 통해 지난 4년간 대부분 학교의 통학환경 개선이 마무리 됐다”며 “이러한 기반을 통해 새로운 협력관계를 모색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의 거버넌스가 하드웨어, 즉 통학환경 개선을 목적으로 했다면, 이제는 스쿨존 교통사고 제로화를 위한 지역사회 구심점 역할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교의 애로사항은 등하굣길 학생들의 교통안전 지도에 있다. 현재 대부분의 학교는 학부모 자원봉사와 노인일자리 창출 분야를 도입해 등하굣길 학생들을 보호하고 있다. 하지만 이 두 시스템 모두 인력부족 등 여러 문제점이 나타나 제대로된 학생안전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학생들의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운전자, 학생, 학부모, 교사, 학교, 지역사회 등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교통안전 거버넌스가 통학로 환경개선 뿐만 아니라 유기적인 협력을 통해 자원과 인력을 투입해 미흡한 학생안전 보호에 적극 나서야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손 차장은 “현재 시교육청은 학생들의 교통안전을 위해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체험형 교통안전교육을 강화하고 있지만 스쿨존 내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스쿨존 내 학생교통사고 제로화가 현실이 될 수 있도록 교통안전 거버넌스를 통해 또 다른 교육공동체를 구현함으로써 협력강화와 새로운 방향성 모색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정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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